자살폭탄뚫고…“나!베이징에왔소”

입력 2008-08-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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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이라크스프린터‘다나후세인’화제
불안한 정치 문제로 출전권이 박탈될 뻔 했지만 ‘자유선거’를 국제 사회에 약속하며 우여곡절 끝에 2008 베이징올림픽에 나서게 된 이라크. 총 인원이 5명에 불과한 조촐한 선수단이지만 사연 많은 한 여성 스프린터가 포함돼 있어 화제다. 육상 100m, 200m에 나설 그의 이름은 다나 후세인(21·사진). 오직 올림픽 출전만을 바라보며 4년간 바그다드 대학에서 훈련에 매진해온 다나는 그동안 생명을 위협하는 갖은 어려움에 직면했지만 고집을 꺾지 않았다. 이라크 전쟁으로 훈련과 대회 참가가 불발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고, 전후에는 종파 분쟁에 휘말리기도 했다. 또 자살폭탄에 희생될 뻔한 적도 여러 차례. 심지어 훈련 중, 저격수총탄이 얼굴을 스치기도 했다. 불과 몇 인치 차이로 목숨을 건진 다나. 그러나 그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제 생명을 지켜주신 알라신께 감사드려요. 평생 숙원인 올림픽 출전을 이뤘잖아요.” 죽음 앞에서도 초연했던 그에게는 오히려 갑자기 들려온 조국의 올림픽 출전 불발 소식이 더 슬펐다. 2003년 구입한 뒤 5년째 바꾸지 못한 러닝화도 문제가 되지 못했다. “이라크가 올림픽에 나서지 못한다는 소식을 TV에서 접했을 때 꼭 두 시간 반 동안 울었어요. 모든 희망이 사라지고 절망만이 저를 휘감았죠.” 다행히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방침을 바꿔 올림픽 출전권을 이라크에 부여해 다시 훈련에 몰두할 수 있었고, 지금 이 자리에 서게 됐다. 사실 그의 올림픽 출전은 종파 화합이라는 의미있는 화두도 던져준다. 수 년째 개인코치를 맡고 있는 유시프 압델 라흐만(48)과의 관계가 묘하다. 다나는 시아파이고, 라흐만 코치는 수니파로 계속되는 분쟁을 생각하면 이들은 결코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 그러나 둘은 달랐다. 라흐만 코치는 “우리가 훈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누군가 차량을 향해 총을 쐈고, 폭탄을 던졌습니다. 그래도 용기있는 다나는 포기하지 않았어요”라고 칭찬했다. 다나의 대답. “우리의 동반 참가는 큰 의미가 있어요. 저 혼자만의 올림픽이 아니랍니다. 너무 기다려져요.” 최근 <타임지>는 다나를 ‘주목할 100인의 육상 선수’로 꼽았다. 99번째로 소개된 그의 ‘희망 질주’는 어떤 결과를 낳든 최고의 아름다움을 선사할 것임이 틀림없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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