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탁구 4인방 투혼의 스토리
일본 히라노의 드라이브가 네트에 걸리는 순간 김경아(31)와 박미영(27)은 서로를 꼭 껴안은 채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이어 벤치에 있던 현정화(39) 코치와 당예서(27)까지 합세해 4명의 눈물이 베이징대 체육관을 적셨다.
한국 여자탁구가 17일 벌어진 동메달결정전에서 숙적 일본을 3-0으로 꺾고 금메달 못지않은 값진 동메달을 따냈다.
한국은 1,2단식 주자 김경아와 당예서가 히라노와 후쿠하라 아이를 차례로 꺾은 뒤 3복식에서 김경아-박미영조가 1,2세트를 따낸 후 3세트 듀스 접전 끝에 13-11로 승리, 경기를 마무리했다.
김경아와 박미영의 투혼이 빛났다. 둘은 수비전형이라는 점 외에도 20대 중반 국가대표에 발탁돼 뒤늦게 빛을 본 늦깎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2004아테네올림픽 단식 동메달을 따낸 후 은퇴를 고려했다가 다시 라켓을 잡은 김경아는 올림픽이 처음인 후배들을 이끌고 적지 않은 나이에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올림픽에 나가기 위해 귀화를 결심한 당예서의 스토리는 더 눈물겹다.
2001년 대한항공팀 훈련 파트너로 한국 땅을 밟은 뒤 국내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경기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 프로팀을 오가기를 7년. 결국 지난해 한국 국적을 취득,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달았다.대표팀에 뽑힌 후에는 오로지 탁구만 생각했다. 베이징에 와서도 핸드폰을 꺼놓은 채 가족들과도 연락을 끊었을 정도. 강희찬 대한항공 감독은 “당예서는 탁구만 생각한다. 생활 자체가 바로 탁구다”고 말했다.
당예서는 준결승서 싱가포르에 진 후 자신이 1단식에서 패했다는 생각에 한숨도 자지 못했다. 더구나 생리통까지 겹쳐 컨디션도 정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주변의 격려로 이를 잘 극복해냈다.
짧은 기간 대표팀을 맡아 선수들을 조련한 현정화 코치의 리더십도 빛났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김택수 대우증권 감독은 “현 감독이 있었기에 싱가포르에 패한 충격을 하루 만에 추스를 수 있었다. 단합된 팀 정신이 결정적인 승인이다”고 평했다.
베이징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