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올림픽 폐막을 하루 앞둔 2004년 8월29일. ‘아줌마 군단’ 한국과 올림픽 3연패를 노리는 세계 최강 덴마크가 여자 핸드볼 금메달을 놓고 맞붙는 날이었다. 부저 소리와 함께 혈전이 시작됐다. 덴마크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보다 머리 하나가 더 컸다. 하지만 은퇴했다 돌아온 아줌마 선수들은 초반부터 무섭게 돌진했다. 전반전이 끝나자 스코어는 14-14. 후반전은 더 힘들었다. 대회 내내 유럽의 텃세에 시달리긴 했지만 편파판정은 이날따라 더 심했다. 그래도 한국은 ‘뒷심의 나라’다. 후반전이 끝나는 순간 25-25로 극적인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후 두 차례의 연장전이 이어졌다. 첫 번째는 4-4, 재연장전은 5-5. 그 사이 120분이 흘렀고, 19번이나 동점을 이뤘다. 사실상 두 경기를 치른 선수들은 녹초가 됐다. 결국 피말리는 승부 던지기. 한국은 두 명의 선수가 골을 넣지 못했다. 덴마크가 4-2로 이겼다. 선수들은 엉엉 울었다. 얼굴은 땀과 눈물이 뒤섞여 엉망이 됐다. 벤치를 지키던 임영철 감독도 눈시울이 붉어진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임 감독은 “우리는 은메달을 딴 게 아니라 금메달을 빼앗겼다”는 유명한 한마디로 편파판정을 꼬집었다. 한국 국민들, 그리고 전 세계가 함께 울었다. AP통신은 며칠 후 이 경기를 ‘아테네올림픽 10대 명승부’ 중 하나로 선정했다. 베이징=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