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8월을 잊혀진 계절로 만들었다. 베이징의 열기는 싸늘한 바람에 식어가고, 그 자리는 야구 포스트시즌이 꿰찼다. 하지만 임수정의 가슴에는 여전히 온기가 남아있다. 지금도 그 때 생각만 하면 “소름이 돋는다”고 했다.
한국태권도의 베이징 올림픽 첫 금. 자신의 금만큼 좋았던 것은 동료들이 연이어 금빛 낭보를 전한 것이었다. 그래서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기분을 낼 수 있었다. 아쉬운 것은 세리머니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 임수정은 “그 때로 돌아간다면 주특기인 ‘코믹 춤’으로 더 인기를 끌 것”이라며 웃었다.
광화문의 가을. 코믹 춤 따위는 추지 않았어도 팬들의 사인 요청은 끊이지 않았다. 정성스레 팬들의 이름을 물어보며, 환한 미소로 답하는 임수정. “짧은 인연을 맺은 모든 분들이 태권도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사인을) 한다”고 했다.
마침 TV에서는 야구경기가 펼쳐졌다. “야구도 룰을 모르는 사람들은 재미가 하나도 없잖아요. 볼이 뭔지, 스트라이크가 뭔지. 기본적인 것은 알아야죠. 태권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득점부위와 강도, 경고사항들을 알고 보면 정말 재밌는데…. 물론 선수들이 화려한 기술들을 더 선보일 수 있는 시스템도 정비돼야 합니다만.”
TV 앞에 발길을 멈춘 몇 몇 직장인은 모 프로야구팀 감독의 투수교체 타이밍을 질책하고 있었다. 야구는 전문가가 넘친다. 그 애정의 딱 반만 쏟아도, 태권도가 종합대회용 ‘반짝’ 스포츠의 지위를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