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이론을 체계화하는 것이 저의 사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수영역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긴 경영대표팀 노민상(52·사진) 감독이 7일 서울 송파구 송파동에 ‘노민상 수영연구소’를 설립했다. 노 감독이 소장을 맡은 이 연구소에는 체육과학연구원(KISS) 송홍선(37) 박사도 참여했다. 박태환(19·단국대)을 금빛 물살로 이끈 양 날개가 다시 손을 잡은 셈.
‘노민상 수영연구소’는 체육학박사들과 지도자들을 초청해 수영이론에 대해 토론하고, 이 결과물을 일선 지도자들에게 배포할 예정이다. 외국유명원서들을 번역해 새로운 이론들을 국내 수영계에 소개하겠다는 포부도 잊지 않았다.
연구의 초점은 엘리트 체육에 한정되지 않는다. 노 감독은 클럽에서 박태환을 8세 때 발굴했고, 최혜라(17·서울체고)와 권유리(19·강원도청) 등 국가대표 선수들을 초등학교 때부터 가르쳤다. 저변이 넓어야 ‘제2의 박태환’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 노 감독의 지론. 어린 학생들이 수영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연구할 계획이다.
노 감독은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이후부터 연구소 설립을 계획했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올림픽 때 받은 포상금을 모두 털어서야 20평 남짓한 사무실을 얻을 수 있었다. 그나마 연구소 내의 모든 집기들은 집에서 가져온 중고품들.
연구소 내에는 ‘낮추며 살자’는 글씨가 써있는 액자가 걸려 있었다. 노 감독은 “여러 물줄기가 ‘어울려’ 밑으로 흘러야 강도 되고, 바다도 되는 것”이라면서 “재능은 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도 발굴해 보고 싶다”며 웃었다. 물과 함께 산 50년. 개소(開所) 소감도 물의 속성처럼 겸손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