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일화가 활약이 저조했던 스트라이커 이동국(29)을 ‘정리 대상’으로 올려놓고 계약을 포기할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프로축구 정규리그 1위를 다투다가 막판 급전직하로 3위로 마감한 뒤 6강 플레이오프에서도 전북 현대에 패한 성남은 24일 박규남 구단 사장 주재로 비상 회의를 갖고, 선수단 개편 문제와 함께 이동국과의 계약을 포기하는 방안 등을 다각적으로 논의했다.
성남의 한 관계자는 “일부 변수는 남아있지만 이동국에게 더 이상 기회를 줄 수 없다는 게 대세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실패하고 돌아온 그에게 우리는 5개월 간 기회를 충분히 부여했다”면서 “계약기간이 1년 더 남아있지만 양 측 합의에 따라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
물론 이동국도 시즌이 끝난 뒤 해외 진출을 모색할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동국은 7월 성남과 1년 5개월에 연봉 8억원에 계약했다. 그러나 5개월 후 해외 진출이 가능하다는 옵션을 달았다. 다만 이 경우, 이동국은 지금까지 받은 봉급의 일부를 변제하고 떠나야 한다. 이와 함께 성남도 올 시즌 후 이동국과 계약을 원치 않을 경우 양 자 합의를 통해 선수를 내보낼 수 있도록 했다.
한 때 한국축구 스트라이커 계보를 이어갈 1순위 후보로 꼽혔던 이동국은 프리미어리그 미들즈브러에서 1년 반 동안 뛰었지만 별 활약을 보이지 못한 채 올 여름 성남에 안착했다.
K리그에서 화려하게 재기할 것이라는 팬들의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총 13경기에 나선 이동국은 고작 2골-2도움이라는 실망스런 성적만을 남겼다. 그나마 한 골은 페널티킥 득점이었다.
전반기까지 잘 나가던 성남의 후반기 하향세도 이동국의 부진과 궤를 같이 했다. 더욱이 가장 중요한 순간인 6강 PO에서 오른쪽 허벅지 근육 부상을 입어 출전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코칭스태프와의 불화설까지 불거질 정도로 팀 내 입지도 좁았다.
현재, 이동국은 일본 J리그 진출을 타진하고 있지만 저조한 활약상에다 골 깊은 국제적인 불황 때문에 녹록치는 않은 상황이다.
친정팀 포항 등 국내 구단에도 눈을 돌릴 수 있지만 역시 가능성은 희박하다. 명예 회복에 실패한 이동국에게는 올 겨울이 그 어느 해보다 차갑게 느껴질 듯 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