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K리그 정규시즌 3위를 하고도 6강 플레이오프에서 전북에 졌던 성남 일화에 대규모 인적쇄신의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사령탑이 자진 사퇴한 데 이어 이번에는 선수단이 폭풍의 중심에 들어서고 있다.
대대적 물갈이의 첫 신호탄으로, 성남은 최근 일부 고참 선수들에게 대폭 삭감된 연봉을 제시했다. 성남 구단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경기 불황으로 인한 ‘허리띠 졸라매기’가 아닌, 최근 2년간 계속된 성적 부진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되는 일부 고참 선수들에 한해 대대적인 연봉 삭감 조치가 내려졌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계약이 끝나 FA(자유계약)로 풀린 A선수의 경우, 순수 연봉을 4억원 가량 받았으나 성남은 내부 회의 끝에 1억원 남짓한 연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저한 체력 저하와 부진한 경기력으로 실망을 안긴 B선수도 재계약 조건으로 약 1억원 선의 연봉이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보다 정확히 75% 삭감된 액수다.
스타급 선수라고 예외는 아니다. 유럽 무대에서 유턴했지만 이름값을 하지 못했던 C선수도 기존 8억원 연봉에서 50% 깎인 액수를 제시받았다. 또한 성남은 올해까지 지급된 출전 수당을 없애고, 승리 및 포인트 수당만을 책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부에서는 “적은 연봉을 받고 남아있거나 만족할 수 없다면 사실상 팀을 떠나라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FA의 경우, 내년 2월28일까지 재계약 및 이적하지 못하면 ‘무적’ 신분이 된다.
물론, 선수단 전원이 삭감 조치를 받은 것은 아니다. 성남은 예전과 같은 처우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한 일부 선수들에 한해 이번 안을 제시했을 뿐, 제 역할을 했던 일부 선수들에게는 연봉을 인상할 방침이다. 성남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재계약과 관련해)꾸준히 얘기하고 있지만 최고위층의 방침이 내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4년 만에 K리그 우승을 달성한 수원 삼성과 준 우승팀 FC 서울도 수지타산을 맞추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예산 조정 작업을 하느라 아직 우승 보너스도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수원 관계자는 “활약에 걸맞은 보상을 해야 하지만 쓸 수 있는 자금은 한정돼 있다”고 말했고, 서울 관계자는 “2주 후에 정확한 예산이 편성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동안 약 200억원대 예산의 60% 가량이 선수단 인건비로 지급됐다. 이를 상당 부분 줄이라는 구단 윗선의 방침이 내려졌다”며 심상치 않은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