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구씨KBO총재선임하루전사퇴왜?

입력 2008-12-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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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대 한구야구위원회(KBO) 총재로 추대될 예정이던 유영구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이 돌연 고사의 뜻을 밝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식 추대가 이뤄질 KBO 이사회를 하루 앞두고 전격적으로 자진사퇴 의사를 표명한데다 그동안 KBO 총재 승인 권한을 지닌 문화체육관광부가 일관되게 ‘절차상 하자’를 거론하며 제동을 걸어온 까닭에 외압 논란이 불가피해졌다. 유영구 이사장측은 22일 “프로야구는 정부와 관계도 중요한데 마찰까지 빚으며 할 필요가 있겠느냐. 이쯤에서 접겠다. 사장단이 더 좋은 분을 뽑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16일 프로야구단 사장단 조찬모임에서 만장일치로 사실상 차기 KBO 총재로 추대된지 6일만이다. 유 이사장의 전격하차로 KBO 신상우 총재 후임 문제는 또다시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정치인 낙하산 총재’ 거부를 다짐하며 유 이사장 추대에 의기투합했던 사장단 모임의 자발적 결정이 정확히 실체를 파악하기 힘든 외압에 의해 무력화됐기 때문이다. KBO는 후속 대책 논의를 위해 23일 이사회를 강행한다. ○외압 작용했나? 겉으로 드러난 정황으로는 적어도 20일까지는 유 이사장측도 평온했다. 정치권 일부와 문체부에서 제기된 불쾌감에 대해 대응을 자제하며 추대 절차가 마무리된 뒤 제시할 비전을 차분히 숙고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21일 오후 상황이 돌변했다. 유 이사장과 정부 고위인사 간에 직접 만남이 이뤄졌고 이후 유 이사장의 태도가 급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는 유 이사장 추대 사실이 알려진 직후 “총재 추대 전 사전협의 관례를 어겼다”며 고위 채널을 통해 KBO를 압박했다. 문체부 최종학 체육국장은 유 이사장의 중도하차 사실이 알려진 22일 낮 ‘스포츠산업 중장기 계획’ 발표 기자간담회에서도 절차상 문제를 거듭 지적했다. 과거 KBO 총재를 정부에서 낙점하던 시절의 관행을 재언급한 것이다. ○KBO 총재는 정치권의 전리품? 신상우 총재의 후임자에 대한 소문은 올 여름부터 무성하게 유포됐다. 당시부터 줄기차게 차기 총재로 회자된 인물이 박종웅 전 국회의원이다. 박 전 의원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핵심측근이다. 유 이사장의 낙마로 자연스레 박 전 의원이 차기 KBO 총재로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3년 전 박용오 전 총재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동문(부산상고)인 신상우 현 총재를 둘러싼 인맥에 떠밀려 밀려난 바 있다. 사상 처음이자 유일한 ‘민선’ 총재였던 박용오 전 총재는 원만하게 대업을 수행하고도 ‘정치적 거래’의 희생양이 됐다. ○원점에서 재출발? 23일 KBO 이사회가 주목받게 됐다. 유 이사장의 전격하차로 KBO는 물론 사장단도 곤혹스런 표정이다. 그러나 한가지 사실은 분명하게 인식한 눈치다. 정치권의 움직임이다. 프로야구단 사장과 구단주들이 또다시 ‘정치권의 거수기’로 전락할지, 아니면 초심대로 ‘KBO 바로 세우기’에 진력할지, 그 시발점은 23일 KBO 이사회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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