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석이 된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자리는 언제쯤 채워질까. 누구도 그 정확한 시기를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현재로선 새 총재가 3월 열릴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치를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과연 어떤 인물인가이다. 지난달 23일 KBO 이사회에서 결의한 대로 ‘야구에 애정 있고, 야구 발전에 기여할 수 있고, 덕망도 갖춘 인물’이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KBO는 13일 오전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8개 구단 사장단을 초청한 이사 간담회를 연다. 총재 추천권한을 지닌 KBO 이사회 소집이 이달 말로 예정돼 있어 간담회 형태의 13일 모임에 야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KBO 하일성 사무총장은 그러나 이사 간담회에서 후임 총재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 총장은 “WBC 대표팀 지원문제가 주요 안건이다. 또 올해 페넌트레이스 일정을 짜야하기 때문에 경기수를 126경기로 유지할지, 133경기로 확대할지를 일찍 결정해야 한다. 그러려면 연장전과 더블헤더, 월요일 경기 부활 등의 시즌 운영 방안을 모두 함께 의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총재 선임과 관련해서는 내가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리지 않겠느냐. 설은 넘겨야하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잘 알려진 대로 프로야구 사장단은 지난달 16일 신상우 전 총재의 사퇴 표명과 동시에 일사불란하게 유영구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을 후임 총재로 옹립하려다 정치권의 반발에 밀려 뜻을 이루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 얘기하자면 뜻을 꺾인 것이다.
야구계와는 아무런 연고도 없이 ‘낙하산’으로 이식된 정치인 총재의 폐해를 잘 아는 까닭에 과감히 자발적 추대에 나섰지만 ‘감독청과의 사전협의 부재’라는 절차상의 하자를 문제 삼은 정치권의 노련한 대응에 금세 뒷걸음질을 치고 말았다.
그로부터 어느덧 1개월이 흘러가고 있다. 그새 프로야구 사장단의 뜻까지 바뀌지는 않았으리라 기대한다.
또 자율 추대를 추진하면서 이만한 난관도 예상치 못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프로야구 사장단은 모두 ‘둘째가라면 서러운’ 추진력을 인정받은 덕분에 그만한 지위에 오른 분들일 것이다.
뜻이 꺾이지 않았다면 이제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실기(失機)가 누군가에게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정재우기자 ja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