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호가 동계훈련 연습경기에서 두 번 연속 무승부에 그치자 축구팬들로부터는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실 허정무 감독(54)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15일 대학팀 광운대, 16일 실업축구 고양KB국민은행을 상대로 국가대표다운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대표팀이 터무니없는 경기를 펼친 것은 결코 아니었고, 관중의 탄성을 자아내는 장면 역시 여러 번 나온 것이 사실이다.
광운대전 전반 41분 코너킥 상황에서는 공격수 이근호(24. 대구)가 미드필더 기성용(20. 서울)의 코너킥을 헤딩으로 연결, 크로스바를 맞혔다.
이어 후반 19분에는 수비수 강민수(23. 전북)가 멋진 오른발 하프발리슛을 날려 미드필더 송정현(33. 전남)의 크로스를 골로 연결했다.
KB국민은행전 후반전에는 대표팀의 위력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공격수 정조국(25. 서울)의 골이 터진 후반 11분, 경기를 지켜보던 모든 이들이 순식간에 벌어진 광경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기측 미드필드 왼쪽에서 공을 따낸 대표팀은 몇 차례 원터치 패스로 상대의 압박에서 벗어났다.
하프라인 근처에서 공을 잡은 정조국은 지체 없이 공을 이청용(21. 서울)에게 전달했고, 정조국은 문전으로 쇄도했다.
이청용 역시 우측면으로 침투하는 이근호를 향해 스루패스, 이근호 역시 노마크 상태인 정조국에게 땅볼크로스를 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정조국이 손쉽게 골로 성공시키기까지 거의 모든 과정이 원터치 패스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공수전환 과정 다듬기를 이번 동계훈련 목표로 삼고 있는 대표팀 코칭스태프로서는 무릎을 칠만한 장면이었다.
이어 후반 26분 기성용의 전방 로빙 패스를 받은 이근호는 로빙슛을 시도해 왼쪽 골포스트를 맞혔고, 관중은 탄성을 질렀다.
이런 멋진 장면에도 불구하고 대표팀의 2경기 연속 1-1 무승부에 대한 우려는 남아 있다.
그러나 대표선수들이 본격적인 체력훈련을 생략한 상황에서 전술훈련과 실전을 소화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최강희 전북현대 감독(50)은 장기간의 휴식을 취한 뒤, 체력훈련 없이 급하게 실전을 치르는 것의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제주도로 전북 선수들을 데리고 온 최 감독은 지난 12일 허정무 감독이 전북과 대표팀의 연습경기를 제안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최 감독은 전북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허 감독의 제의를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격수 정성훈(30. 부산)은 16일 KB국민은행전을 마친 후 국가대표로서의 자존심과 아직 완전하지 않은 몸 상태에서 갈등하고 있음을 솔직히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팀 조직력이나 선수들의 몸 상태도 아직 준비가 덜 됐다. 하지만 계속 몸 상태를 탓하는 것은 대표팀으로서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동시에 정성훈은 자존심을 세우려다가 부상을 당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고, 그의 말을 들은 이들은 대표선수들이 현 시점에서 겪고 있는 고민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조금씩 컨디션을 되찾을 전망인 대표팀 선수들은 19일 오후 2시30분부터 서귀포 시민축구장에서 숭실대를 상대로 세 번째 연습경기를 갖는다.
【서귀포=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