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이후 25연패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공정배 감독이 18일 KEPCO45로부터 경질 통보를 받았다. 그는 “홀가분하다”고 했지만 배구계는 흥국생명 황현주 감독에 이은 시즌 두 번째 사령탑 해고에 뒤숭숭하다.
KEPCO45에서만 25년을 보낸 공 감독은 17일 삼성화재와 수원 홈 경기를 마친 뒤 “하도 많이 져 패배에 대한 ‘해탈의 경지’에 오른 것은 오래 전”이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남은 것은 없었다. ‘패배자’란 오명과 ‘선수단 화합도 이끌어내지 못하는 리더’란 비난뿐이었다. 공 감독은 “다른 것은 몰라도 ‘선수단과의 불화’만큼은 인정할 수 없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타 사령탑들도 “성적 부진은 감독이 짊어질 몫이지만 ‘불화설’에 대한 책임은 분명 ‘이를 방조한’ 구단에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감독 지시를 어기는 선수라면 마땅히 유니폼을 벗어야 한다. 다른 감독이 와도 달라질 게 없다”고 동조했다.
구단 행정도 마찬가지. 2005년 프로배구 출범 이후 초청팀으로 V리그에 참가한 KEPCO45는 2008-2009시즌 개막을 앞두고 프로 전환을 선언했지만 행태는 아마추어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무늬만 프로였다. 구단은 성적을 요구했으나 지원은 달라진 게 없었다.
선수단 운영비로 15억원 가량을 사용한 예전이나 프로로 전환한 올 시즌이나 매한가지였다.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 등 남자팀들은 한해 예산이 40억원 선이다.
공 감독은 “기존 선수들의 손발을 맞추는 게 먼저”라며 용병을 뽑지 않은 이유를 밝혔지만 실상은 구단 내 ‘자금’이 부족한 탓이었다. 모든 게 긴축 재정이었다. 유일하게 달라진 게 있다면 전세 주택을 떠나 선수단 전용 아파트가 생겼다는 점이다. 배구인들은 “공기업이란 사정은 이해할 수 있으나 뒷받침이 너무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한편 공 감독은 감독직을 떠나 일반 KEPCO45 직원(부장급) 신분으로 돌아간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