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아!악!맥피어슨1억8천날린‘통한의3퍼트’

입력 2009-04-07 09: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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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선두서2위 미끌…우승컵헌납
결정적인 순간 발목을 잡는 3퍼트는 아마추어 골퍼들에게는 악몽과 같다. 버디 기회에서 일순간 보기로 무너뜨려 극도의 상실감을 들게 한다. 아마추어 골퍼가 이런데, 프로의 세계에서는 두말 할 나위없다. 3퍼트는 수억 원의 우승상금과 맞바꿔야 하는 치명타다. 6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란초 미라지의 미션힐스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크라프트 나비스코챔피어십 최종 4라운드 경기에서도 3퍼트가 우승컵의 주인을 바꿔 놓았다.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며 생애 첫 메이저 챔프의 꿈을 꾸었던 크리스티 맥피어슨(미국)은 최종 라운드에서 불안한 선두를 달렸다. 1타차 아슬아슬한 선두를 달리던 맥피어슨은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2번(파5)과 5번홀(파3)에서 보기를 기록하면서 선두 자리를 빼앗겼다. 다행히 7번(파4)과 9번(파5), 10번홀(파4)에서 버디를 낚으며 선두에 복귀했지만, 13번홀(파4)에서 씻을 수 없는 악몽에 빠졌다. 티샷이 페어웨이를 벗어나 왼쪽으로 떨어졌지만, 6번 아이언으로 친 두 번째 샷으로 그린에 올렸다. 핀까지 10m 거리로 버디 기회를 맞았다. 그러나 피어슨은 여기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첫 퍼트로 버디 기회를 날렸고, 두 번째 퍼트로 파 세이브를 놓치고 말았다. 결국 보기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며 브리타니 린시컴에서 우승컵을 헌납하고 크리스티 커(미국)와 함께 공동 2위에 만족했다. 1위(30만 달러)와 공동 2위(16만1853달러)의 상금차이는 무려 13만8147달러(한화 1억8000만원)에 달한다. 신지애(21·미래에셋)도 3퍼트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2라운드와 3라운드에서 상승세로 전환할 기회가 많았지만 그때마다 3퍼트에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치고 올라갈만하면 보기로 무너지면서 분위기 반전에 실패했다. 2라운드에서 세 차례 3퍼트를 기록한데 이어 3라운드에서도 두 차례 3퍼트가 나오면서 상승세를 잇지 못했다. 3라운드 1번과 2번홀에서 버디를 낚으며 기세를 올린 신지애는 3번홀에서 보기로 주춤했고, 8번과 9번홀에서도 연속 버디를 뽑아내며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지만 10번홀에서 뼈아픈 3퍼트가 터지면서 상실감에 빠졌다. 3퍼트는 먼 거리에서보다 볼이 내리막 경사면에 놓여 있을 때 많이 나온다. 이때는 거리와 함께 볼의 속도까지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프로들조차도 어려움을 겪는다. 내리막 경사에서 볼을 정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선수는 아무도 없다. 그래서 프로들은 페어웨이에서 그린을 노릴 때 핀의 위치를 확인한 후, 오르막 경사에서 퍼트할 위치를 공략한다. 신지애도 그랬다. 3라운드 10번홀에서 친 두 번째 샷이 그린에 올라왔지만 내리막 경사에 멈췄다. 더군다나 그린의 스피드까지 빠른 상태이고 뒤에서 바람까지 불어와 한번에 넣지 않으면 3퍼트가 당연한 지점이었다. 결국 보기를 기록하면서 상승세가 꺾이고 말았다. 차라리 그린에 올리는 것보다 짧게 쳐서 오르막 어프로치로 핀을 공략했다면 파로 막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다. 3퍼트는 언제 어디에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 한순간의 방심은 곧 최악의 결과로 이어져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맥피어슨에게 15번홀에서의 3퍼트는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악몽이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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