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시즌 초반 해외파의 활약 순위는 임창용-추신수-이승엽-박찬호 순이다.
야구 전문가나 일반 팬들의 평가도 비슷하리라 생각된다. 시즌 초반이라 이들의 성적평가는 시즌을 마칠 무렵에는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
4명의 선수 중 임창용과 이승엽은 국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후 FA 자격으로 일본에 진출했고, 박찬호와 추신수는 국내 프로야구를 거치지 않고 MLB로 진출했다.
임창용과 추신수는 WBC에 출전했으나 박찬호와 이승엽은 구단내의 입지와 금년에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 국가대표를 뒤로 한 채 치열한 생존 경쟁에 대비해 왔다.
임창용은 WBC 결승전 때 통한의 결승타를 이치로에게 허용했지만 센트럴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방어율‘제로’라는 놀라운 기록을 선보이며 10일까지 10세이브를 올리고 있고, 추신수는 팀의 4번타자 자리를 오가며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이들 4명은 서로 공통점과 상이점이 교차한다. 현재 쾌조인 임창용은 WBC 후 컨디션 조절에 성공했고 추신수 역시 LA에서 WBC 결승전을 치렀기에 시차문제, 체력문제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순항을 하고 있다.
현 시점서 보면 박찬호는 최근 한 차례 잘 던졌지만 그전엔 부진했고, 이승엽 역시 벤치신세라는 수모와 6번 타순까지 내려갔으나 최근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과연 초반에 부진한 동일 현상의 두 선수가 대표팀 사양 후 절치부심한 연습의 결과가 유종의 미를 거둘지 주목되는 금년 시즌이다.
이러한 해외파 4명의 활약을 지켜보면서 느끼는 유일한 공통점이 있다. 철저한 자기관리, 강한 투쟁심과 자존심이다.
며칠전 히어로즈의 김시진 감독이 투수들에게 평소와 달리 호된 질책을 했다고 한다.
부진할 때 스스로 탈피하는 노력, 집념부족이 문제였던 것 같다.
개인통산 홈런 기록을 경신한 양준혁도 후배 선수들의 근성부족을 언급한 것을 보면 차이는 있겠지만 젊은 스타 선수들의 근성 부족이 일반화되고 있는 것 같아 우려된다.
최근 WBC에서 국민적 스타가 된 일부 선수들이 스스로 자기관리에 실패하거나 자만심에 빠지면서 코칭스태프의 우려를 자아내는 선수들이 있다면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대표선수였거나 팀의 주축선수라도 아직 슈퍼스타반열에 못 오른 선수들이 대부분이고 팬들은 부진할 경우 쉽게 잊는다.
치열한 경쟁을 하는 4명의 해외파가 어려운 환경, 분위기 속에서 생존하거나 성공하는 이유를 일부 국내 스타들은 한 번쯤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박찬호와 이승엽이 초반 부진을 극복해 나가는 투혼 과정은 성공 여부를 떠나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국민타자나 투수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누적된 실적이 필수요건이며 그들은 이미 그 성적을 이룬 선수들이다.
그런데도 그들의 눈에선 독기어린 집념의 눈빛을 느낄 수 있다. 정직한 땀과 최선을 다한 노력이 성적과 함께 지속적으로 동반될 때만 슈퍼스타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
허구연 야구해설가. 오랜 선수생활을 거치면서 감독, 코치, 해설 생활로 야구와 함께 살아가는 것을 즐긴다. 전 국민의 스포츠 생활화를 늘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