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포스트게임]정부의야구간섭이젠사라져야

입력 2009-05-19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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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직은 과연 언제쯤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실무형 총재’를 선언한 유영구 신임 KBO 총재의 행보가 주목을 끄는 이유다. 스포츠동아DB

미국에서는 공직의 수장이 오랫동안 재임할 경우 비교 기준이 있다. 하나는 대통령을 몇차례 거쳤느냐와 처음 임명될 때 가스값이 얼마였나로 수장의 장수여부를 비교한다.

지금은 경제위기의 역적이 되다시피한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도 한 때 이런 비교대상이었다. 1987년부터 2006년까지 19년을 재임한 그린스펀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으로부터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으로 임명된 뒤 조지 H 부시,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대통령 재임 때까지 세계의 경제 대통령으로 군림했다.

미국에서 이처럼 최고위직 공직에 오랫동안 재임을 할 수 있는 배경은 행정부가 바뀌어도 능력 발휘가 가능한 토양 때문이다. 즉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돼 있다. 국내 정치 상황에서는 어림도 없다. 철새는 살아 남지만 능력은 별개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유영구 총재가 최근 이상국 전 총장을 임명하면서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스스로 ‘실무형 총재’라고 했으니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한국 프로야구의 출범이 5공화국 시절 정치적인 의도에 의해서 출범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당연히 정부의 간섭으로 시작됐다. 프로야구가 30년 가까이 됐는데도 한국야구위원회는 정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총재와 총장 임명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여전히 승인받아야 하는 것부터가 그렇다. 그러다보니 정부가 바뀌면 총재, 총장이 바뀔 수밖에 없는 구조다.

프로야구가 왜 정부의 간섭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는다면 모르겠지만 자체적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데 무엇 때문에 간섭을 받는지 알 수가 없다.

미국의 4대 메이저 종목 커미셔너는 구단주들이 뽑는다. 정부로부터 어떤 간섭도 받지 않고 자율 선임이다. 그러나 의회는 간섭을 한다. 프로 종목을 반독점에서 제외시켰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 의회는 사회적 이슈가 제기될 때 청문회를 열어 의견을 듣는다. 메이저리그 버드 셀릭, NFL 로저 구델, NBA 데이비드 스턴, NHL 개리 베트맨 커미셔너 등이 청문회에 선다. 국내처럼 몰아붙이는 청문회는 아니고 순수 의견을 듣는 자리다.

미국의 4대 커미셔너는 공통점이 있다. 높은 연봉과 장수한다는 점이다. 셀릭은 1992년부터 메이저리그 수장에 올라 2012년까지 이 자리를 지킬 예정이다. NBA 스턴 커미셔너는 1984년부터 업무를 수행했다. 최장수 커미셔너다. NHL의 베트맨도 93년부터 커미셔너를 맡고 있다.

4대 커미셔너 가운데 가장 젊은 구델(50)은 2006년부터 미국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NFL 수장으로 일하고 있다. 전임 폴 태클리아부 커미셔너가 17년을 재임했다.

사실 권력을 휘두르는 정치적 자리는 오래있으면 문제가 나타난다. 그러나 체육, 특히 프로종목은 장수 수장이 필요하다. 커미셔너는 단기간에 능력을 발휘하고 업적을 쌓기 어렵다. 능력이 부족하다면 임기 3년에 물러나게 하면 된다. 구단주들이 결정권을 갖고 있다. 하지만 능력과 상관없이 정부가 바뀐다고 KBO 총재가 그만둬야 하는 일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 대한민국은 스포츠 강국이지만 스포츠행정은 여전히 후진국 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 아쉽다.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미국의 주말은 스포츠의 날이다.자정을 넘어서도 학원에 다녀야 하는 한국의 교육풍토.운동선수는 운동기계밖에 될 수 없는 학원스포츠.언제쯤 진정한 지덕체 교육이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 한숨만 나온다.스포츠를 보면 미국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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