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씽스페셜]용병,아내출산땐병원으로‘등판’

입력 2009-06-19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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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용병 마무리 토마스 [스포츠동아DB]

한화토마스부인뒷바라지1군포기
한화 용병 마무리 토마스(32)의 복귀가 늦춰졌다. 폐렴과 중이염에 시달린 아내를 간호하느라 심신이 지쳤던 토마스는 8일 자청해서 2군으로 내려갔고, 그가 꼭 필요했던 김인식 감독은 “복귀 기한이 끝난 18일부터는 곧바로 불러올리겠다”고 했었다. 토마스가 “아직 몸이 안 만들어졌다”며 다음 주 초까지 시간을 달라고 요청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내의 출산까지 꼬박꼬박 챙겨온 용병들

김 감독은 “부인이 마지막 검사를 받는다고 한다. 비행기를 타도 괜찮다고 하면 아마도 딸과 함께 호주로 보내려는 모양”이라면서 “본인도 이제는 야구에 전념하고 싶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외국인 선수들은 가족의 상(喪)은 물론 건강까지 철저하게 챙기는 편이다. 출산의 경우에는 더 하다. 용병 선발 투수들이 아내의 출산을 이유로 시즌 중 로테이션을 거르는 일은 숱하게 있어 왔다. 출산예정일에 맞춰 비행기에 오르고, 늦어지면 그만큼 휴가도 길어진다. 병원이 지척에 있어도 경기 출전 때문에 아내 곁을 지키지 못하기 일쑤인 한국 선수들과는 다르다.

○메이저리그에는 ‘BL’도 있다…문화의 차이

그래도 국내 선수들이나 감독들은 ‘문화의 차이’로 인정해왔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부상자 명단(Disabled List)과 비슷한 ‘조사 명단(Bereavement List)’이 따로 있을 만큼 확실하게 선수의 가사(家事)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가족의 중병이나 사망은 ‘부상’처럼 무조건 로스터에서 빠져도 되는 중대 사안으로 취급된다. 일반 회사원들이 출산 휴가나 직계 가족 상(喪)으로 인한 휴가를 받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두산에서 뛰었던 랜들은 지난해 포스트시즌 기간 동안 부친상을 당하고도 팀을 지키면서 오히려 눈길을 끌었는데, 당시 구단 관계자는 “한국에서 5년간 뛰면서 우리 정서에 익숙해진 것 같다”는 해석을 내리기도 했다.

○김인식 감독“예전 우리 선수들은 부친상도 못 갔지”

어쨌든 시즌 중에 가족 일로 팀을 비우는 것은 한국 선수들에게서 좀처럼 볼 수 없는 풍경이다. 김인식 감독은 “예전에는 선수들이 부친상을 당해도 오히려 다른 가족들이 나서서 오지 못하게 말리곤 했다. 특히 국가대표 대회였다면 더했다”면서 “그래서 선수들도 아예 안 가거나 잠시 들렀다가 곧바로 복귀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회상했다. “한국 선수들이 용병들보다 가족을 덜 소중하게 여기는 게 아니라, 아무래도 단체를 중요시 하는 정서의 차이 아니겠냐”는 설명이다.

하지만 김 감독도 앞으로는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수들 사고방식이 점점 변하고 있고, 서구 문화도 많이 도입됐다”면서 “이제는 예전과 달리 형제들도 그리 많지 않으니 선수 하나가 없으면 상을 치르는 데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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