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이말한다]송진우의1991년KS 3차전

입력 2009-10-07 07: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송진우.스포츠동아DB

퍼펙트게임눈앞에두고‘아리송한볼넷’이라니…
“저도 가장 아쉬웠던 경기지만 팬들도 그랬나봐요. 지금도 그 얘기를 하는 걸 보면.”

21년간 대전 하늘을 화려하게 비상한 뒤 독수리의 날개를 접은 송진우(43·사진). 11차례나 가을잔치에 나서며 전설을 던진 그지만 역시 1991년 해태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을 잊을 수 없는 모양이다.

광주에서 2연패를 당한 뒤 맞이한 대전 3차전. 빙그레는 2회 1점을 선취했지만 숱한 찬스를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결국 1-0 스코어는 8회초 2사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빙그레 선발투수 송진우가 그때까지 단 한 명의 타자도 1루에 내보내지 않았다는 사실. 퍼펙트게임까지 아웃카운트 4개가 남은 것이었다.

“컨디션이 굉장히 좋았어요. 박빙의 승부였는데 우리가 점수를 좀 더 여유 있게 뽑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5회가 지나자 여기저기서 웅성웅성 소리가 들렸어요. 해태 김응룡 감독님이 대타 정회열을 내더라고요. 볼카운트 2-1까지 유리하게 몰고 갔죠. 그런데….”

파울플라이 타구. 이닝이 그대로 끝날 것인가. 그러나 2루수와 우익수가 달려갔지만 타구는 아슬아슬하게 글러브를 비켜갔다. 관중석에서는 탄성이 터졌다.

“당시 우익수는 이중화 선배였는데 얼마 전 통화 때도 그러더라고요. 자신은 정말 죽을힘을 다해 뛰었다고. 사실 그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죠. 아쉬운 건 그 다음이었죠.”

볼카운트 2-2에서 몸쪽 스트라이크존 모서리로 회심의 일구를 찔렀다. 스트라이크냐, 볼이냐. 이규석 주심의 몸이 움찔했지만 팔이 올라가지 않았다. 그리고는 결국 볼넷. 퍼펙트게임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이규석 심판이 인터뷰에서도 자신은 정확히 봤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제 입장에서는 솔직히 아쉬움이 남죠. 나중에 화면을 다시 봐도 스트라이크 아니었나 싶었고. 2-3에서 던진 공은 제가 봐도 빠진 게 맞지만…. 퍼펙트게임 깨지고, 이후 노히트노런, 완봉승, 승리투수도 날아가고. 결국 패전투수가 됐죠.”

그는 볼넷 후 홍현우에게 좌전안타를 맞았다. 그리고 장채근에게 2-3 풀카운트에서 역전 2타점 2루타를 허용했다. 윤재호의 3루타, 이순철의 볼넷, 이건열의 중전안타가 이어져 단숨에 4-1 역전. 그는 3실점 후 장정순에게 마운드를 물려주고 패전투수의 멍에를 썼다. 그리고 빙그레는 4연패로 무릎을 꿇었다.

“3차전 끝나고 관중난동이 나면서 심판들이 밖에도 못나가고 그랬죠. 21년 선수생활 중 기억에 남는 경기가 많지만 그날 경기는 평생 잊을 수가 없어요. 퍼펙트게임은 아직도 나오지 않는 기록이잖아요.”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