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의전쟁…미소속에칼날‘번쩍’

입력 2009-10-07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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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고 있지만… 6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만난 SK 김재현, 김성근 감독, 두산 김경문 감독, 김동주(왼쪽부터)는 따뜻한 덕담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서 만난 ‘숙적’ 앞에서 승부에 대한 각오만큼은 물러서지 않았다. 문학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SK-두산‘발톱숨긴출사표’
김성근 “두산 강해 이겨도 3승2패” vs 김경문 “SK는 최강팀…빈틈 없어”

“두산은 4선발까지 있는데.” “12명 있습니다.” 하나의 질문에 양 감독은 ‘협력’해서 답변을 내놨다.

두산이 SK와의 플레이오프(PO) 선발을 3∼4인 로테이션 중 무엇을 택할지에 관해 SK 김성근 감독이 불쑥 끼어들었다. 그러자 두산 김경문 감독은 웃으면서 “그래서 투수를 많이 뽑아 놨다”고 보충,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었다.

플레이오프 결전을 하루 앞둔 7일 미디어데이. 3년 연속 포스트시즌 맞대결, 그러나 공기는 과거 2년과 다르게 다가왔다. ‘예전엔 기싸움부터 밀리면 안 된다’란 압박감에 날선 말이 오고갔지만 이번엔 의도적으로 양 감독 공히 둥글둥글한 답변과 상대를 치켜세우는 덕담을 주고받았다.

김경문 감독은 “2년 연속 SK를 만나 지면서 배웠다. SK는 한국의 최강팀. 빈틈이 없다”라고 자세를 낮췄다. 김성근 감독도 “3년 연속 두산과 만나니까 보름달 밑에서 친척과 야구하는 기분이다. 두산은 어려운 상대”라고 화답했다.

그러나 아무리 양 사령탑이 화기애애함으로 ‘위장’하려 해도 둘 중 하나가 사라져야 살아남을 제로섬 게임에 직면했기에 솜 속엔 칼이 숨어 있을 수밖에. 김경문 감독은 “‘두 번 졌다고 꼭 이기겠다’는 생각을 갖지 말라고 선수들에게 얘기했다. 단 ‘졌을 때의 마음만 기억하라’고 해줬다”라고 진심의 한 조각을 드러냈다.

김성근 감독은 “과거 2년 두산은 확실한 투수가 있어서 역으로 우리가 계산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예측이 힘들어 압박감을 갖는다. SK가 이기면 3승2패겠지만 지면 1승3패나 3연패도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미 머릿속에선 두산을 잡을 치밀한 셈법이 가동되고 있었다.

실제 SK는 1차전 선발로 글로버를 예고했으며 어떻게든 첫판을 잡고 계산대로 갈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두산은 준PO의 주역 좌완 금민철을 예상대로 꺼냈다. 김성근 감독이 가장 경계하는 두산 선수이기도 하다. 뒤집어 보면 분석을 그만큼 했단 말이다.

김성근 감독은 “투수 이승호와 3루수 최정 둘만 제대로 해주면 승기가 올 것”이라고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자신감을 흘렸다. 반면 김경문 감독은 “2년간 계속 홈런을 맞은 SK 김재현이 가장 경계 대상”이라고 다른 시각을 보였다. 또 기대하는 선수로 야수는 고영민, 투수는 이재우를 꼽았다.

양 감독을 비롯, 주장인 SK 김재현과 두산 김동주까지 5차전 승부를 예감했다. ‘서로를 그렇게 어렵게 느낀다’는 의미로 와 닿는다. 이젠 싸우면서 정드는 경지까지 다다른 양 팀이다.

문학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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