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이제부턴‘야신감각’

입력 2009-10-10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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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와 두산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SK 김성근 감독이 취재진과 이야기 도중 난감한 질문이 나오자 혀를 내밀며 즉답을 피하고 있다. 문학ㅣ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김성근감독3차전이후반격카드…놓아버리기-베테랑중용-벌떼야구가동
SK 김성근 감독(사진)이 ‘야구에 지고 울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1996년 현대와의 플레이오프. 당시 쌍방울을 이끌던 김 감독은 2연승 후 3연패를 당하고 탈락했다. 5차전 패배 후 방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홀로 술을 마시는데 자기도 모르게 울음이 나오더란다.

이제 그 눈물을 되돌려 줄 수 있을까.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도 SK는 두산에 2연패 후 4연승을 거뒀다. 한국시리즈 사상 최초의 대역전극이었다. 그러나 플레이오프(PO)는 5전3선승제인 만큼 심리적으로 2년 전보다 더 몰린다. 딱히 결함이 있어서가 아니라 이상할 정도로 흐름이 꼬이고 있어 뾰족한 해법도 안 보인다.

숱하게 단기전을 치러본 김 감독이지만 ‘스윕(Sweep)’을 당한 건 단 두 번밖에 없다. 태평양 사령탑인 1989년 플레이오프에서 해태에 3연패, 삼성 감독인 1992년 준플레이오프 롯데에 2연패가 전부였다. 결국 10일 PO 3차전은 김 감독의 커리어 관리 차원에서도 절실해졌다.

○베테랑 야구

김 감독은 절망적 고비에 몰리면 소위 “놓아버리는” 전술을 쓴다. 데이터를 버리고 선수들에게 맡긴다. 신기하게도 그럴 때, 연장 승리나 연패 탈출처럼 결과가 좋은 편이다. 돌이켜보면 2007년 한국시리즈도 그랬다. 2연패를 당하자 김재현, 박재홍, 박경완, 이호준, 정경배 등 베테랑을 중용했다. 특히 매치업 족쇄에서 벗어난 김재현은 고정 선발로 나서게 되자 시리즈의 물줄기를 바꿔놓는 클러치 히팅을 발휘했다.

두산은 3차전 선발로 우완 홍상삼을 예고했다. 4차전까지 가면 역시 우완인 김선우가 유력하다.

좌타자 김재현의 활용 폭이 극대화되는 조건이다. 대타보다 선발출장 시 타격 페이스가 훨씬 좋아지는 김재현의 성향상, 불펜에 왼손자원이 빈약한 두산에 부담으로 작용할 듯하다.

○벌떼 야구

2007∼2008년 한국시리즈에서 역전 우승이 가능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은 선발진이 탄탄해서였다. 특히 2007년은 김광현이 깜짝스타로 출현했고, 레이번∼채병용에 로마노까지 있었다.

2008년엔 송은범이 선발로 던졌다. 그러나 당시 우승멤버가 2009년 SK 선발진엔 사실상 전원 멸종됐다. 유일하게 남은 채병용이 3차전 선발 출격하지만 ‘수술 받아야 될 몸으로 던지는’ 실정이기에 이닝이터를 기대하긴 힘들다.

결국 김 감독의 공언대로 불펜 계투책이 3차전부턴 더 적극적으로 빠른 템포로 가동될 개연성이 높다. 고효준 이승호 정우람이 왼쪽에, 윤길현 김원형이 오른쪽에, 정대현 이한진 박현준이 옆구리로 맞춤형 대기한다. 제1선발 글로버의 깜짝 불펜행도 아주 배제할 순 없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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