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2009∼2010 NH농협 V리그 개막전이 열린 대전 충무체육관. 경기 시작 전 GS칼텍스의 한 선수가 텅 빈 관중석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불과 30분전까지만 해도 경기장은 빈 자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관중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이날 총 입장 관중수는 3984명. 하지만 삼성화재-현대캐피탈의 남자부 경기가 끝나자 관중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박수소리 하나에 없던 힘도 끌어내는 선수들 입장에서는, 개막전부터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특히 여자부 개막전은 GS칼텍스와 KT&G의 대결이었다. 두 팀은 강팀이지만 흥국생명에 밀려 늘 ‘2인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2인자의 설움’에 봐주는 이들마저 없으니 허탈함은 더했다. 의욕도 꺾였다. 이에 관계자들은 “남자부 경기가 먼저 진행되다보니 여자부 경기는 여러 면에서 비교될 수밖에 없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물론 여자배구가 남자배구처럼 파워가 넘치거나 스피디하진 못하다. 그러나 세트플레이 등 조직력에 있어서는 남자팀보다 긴밀하다. 여자배구 팬들은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에는 GS칼텍스 나혜원, KT&G 지정희, 흥국생명 전민정 등 ‘얼짱 선수’들이 주목 받으면서 관심이 높아졌다. 구단도 여자배구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KT&G 홍보마케팅 조용찬 과장은 “올 시즌 삼성화재와 함께 셔틀버스를 운영하며 관중들이 구장을 좀더 쉽게 찾을 수 있게끔 했다”며 “지난해부터는 여자배구팀 최초로 유료로 서포터즈를 모집했고 팬들에게 좀더 많은 해택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아직까지는 참여율이 낮지만 차차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전|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