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스타탐구] 두산 이용찬, 숨겨둔 2%… 내년엔 158km 넘는다!

입력 2009-11-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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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이용찬.

역대 최연소 구원왕·2009 프로야구 신인왕 두산 이용찬
《두산 이용찬은 올해 20세라는 젊은 나이에 역대 최연소 구원왕에 올랐다. 그리고 생애 한번 뿐인 신인왕이 됐다. 강한 정신력이 요구되는 마무리를 20세의 젊은 투수가 성공적으로 해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용찬은 프로야구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다. 올해 문학구장에서 155km, 잠실에서는 153km의 스피드를 기록했다. 내년에는 더 빠른 공을 던질 게 분명하다. 올시즌을 통해 많은 자신감을 얻었고 6년만에 팔이 아프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신인왕은 내 몫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투표 내내 어리둥절했다. 자신의 이름이 불려질 때마다 ‘왜 내가 이렇게 표를 많이 받는 걸까?’라는 생각이 커져만 갔다. 팀동료인 고창성이나 홍상삼이 더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다지 예상하지 못했던 자신의 이름이 가장 많이 들렸다. ‘이닝도 적고 4점대 방어율에 블론세이브도 많았다. 목표한 30세이브도 못채웠는데….왜 내가?’그가 스스로 내린 결론은 ‘마무리투수의 중요성과 타이틀의 위력’이었다. ‘내년에는 진짜 최고의 성적으로 구원왕이 되겠다’는 각오가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키가 큰 친구들이 가장 부러웠다

투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양천중학교 2학년말부터. 그때 이용찬의 키는 173cm였다. 공은 예쁘게 잘 던졌는데 키가 작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 키로는 성공할 수 없다. 키가 더 커야 하는데….’밥을 남들보다 배로 먹었다. 남들이 물을 마실 때 이용찬은 우유를 마셨다. 우유에 밥을 말아먹은 적도 많았다. 키 크는데 방해가 되는 탄산음료는 중학시절 단 한번도 마신 적이 없다. 철봉에 매달리고 밤마다 줄넘기를 수천개씩 했다. 키크는데 도움이 된다는 약품을 찾아 먹었고 키가 크는 체조를 매일 빠지지 않고 했다. 부모님 두분 모두 키가 큰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항상 희망을 주셨다. “할아버지가 정말 키가 크셨다. 너도 할아버지처럼 분명히 키가 클 거야….”장충고 1학년 여름. 이용찬의 키는 183cm까지 컸다. “하루 하루 키가 크는 제 모습이 얼마나 기뻤던지. 정말 노력의 결과였어요.”


○이제 팔이 아프지 않다!

갑자기 키가 10cm나 자랐던 장충고 1학년 여름부터 팔꿈치가 아팠다. 공을 던지면 팔꿈치 안쪽 뼈가 벌어지는 현상이 생겨났다. 2학년 때도, 3학년 때도 팔꿈치가 괴롭혔다. 장충고 창단 첫우승을 차지했던 3학년 대통령배 때도 통증을 느끼며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쿠바 세계청소년대회 때는 팔꿈치 통증 때문에 제대로 못던져 아쉬움이 컸고 전국체전을 앞두고는 공을 들수 없을 정도까지 통증이 찾아왔다. 두산에 입단후 빨리 수술을 하고 싶었지만 어린 나이에 수술보다는 시간을 두고 뼈가 붙기를 기다려보자는 의견이 많았다. 일본을 서너차례 왕복하며 팔꿈치 상황을 체크하다가 결국 2007년 7월 수술대에 올랐다. 2008년에는 태어나서 처음 어깨부상을 당했다. 또 한차례 재활이라는 고통을 이겨내야 했다.‘또 1년이 이렇게 지나가는건가?’긍정맨임을 자처하는 이용찬이지만 이 때가 야구를 하면서 가장 힘든시간이었다고 한다. 프로 3년만에 풀타임으로 마무리를 소화해낸 이용찬의 올시즌 최고의 기쁨은 뭘까? “신인왕도 구원왕도 아닙니다. 이제 팔꿈치도 어깨도 아프지가 않아요!”

두산 이용찬. [스포츠동아 DB]



○빠른 공은 자존심

내년에 158km 도전. 이용찬이 내년에 좀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고 확신하는 이유가 있다. 고1 때부터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던 팔동작의 숨어있는 2%%를 내년 시즌 보여주겠다는 것. 통증 때문에 조심스럽게 던지는 것과 통증 걱정없이 신나게 던지는 것은 다르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두 번째는 재활이 아닌 본격적인 체력강화를 통해 스피드를 상승시킨다는 계획이다. 지금보다 어깨, 팔꿈치, 하체의 근력을 좀더 강화하면 내년에 좀더 빠른 스피드는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국내프로야구에서 기록된 최고 스피드는 SK 엄정욱과 롯데 최대성이 나란히 문학구장에서 기록한 158km다. 10월7일 플레이오프 1차전 문학경기에서 155km를 던진 이용찬이 내년에 158km를 던지는 것은 결코 꿈만은 아닌 것 같다. 이용찬이 빠른 볼을 던지는 이유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한가지가 있다. 이용찬은 신원초등학교 때부터 매일 아령으로 손목운동을 했다고 한다. 강한 손목! 이용찬이 빠른 공을 던지는 비결이다.


○35세이브-우승-1점대 방어율

“올해 KIA와의 개막전에서 첫 세이브를 할 때 솔직히 하체가 후들거렸어요. 마무리투수가 어떤 자리인지를 절실히 느낀 한해였습니다.” 이용찬의 내년 목표는 35세이브와 우승, 그리고 1점대 방어율이다. 올해 애를 먹었던 컨트롤만 안정되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고교 시절보다 5km이상 볼이 빨라지면서 릴리스포인트가 많이 흔들렸습니다.내년에는 다를 겁니다.”마무리 훈련 첫날 신인왕이 된 이용찬에게 김경문 감독이 축하 악수를 건넨다. “올해 수고했다. 내년에는 네가 더 멋지게 마무리 해서 우승 한번 하자!” 지난해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마무리 투수 한번 해볼래?”라고 했던 감독으로부터 이제는 우승을 부탁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만큼 이용찬은 훌쩍 성장했다.


○태훈이와 함께 금메달 따야죠!

이용찬의 내년 시즌 꿈 가운데 하나는 팀동료 임태훈과 함께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임태훈은 2007년 1차지명으로 함께 입단한 친구이자 라이벌. 이용찬은 임태훈과 함께 오랫 동안 두산 마운드를 이끌고 싶은 마음이다. “컨트롤, 변화구, 스피드 가운데 제가 태훈이에게 앞서는 것은 스피드 하나뿐이예요. 하지만 내년에는 컨트롤과 변화구도 많이 쫓아갈 겁니다.”이용찬은 욕심이 많고 솔직하다. 마운드에서 서면 모든 타자를 삼진으로 잡고 싶어하는 투수다. 어느해보다 마무리투수들이 고전했던 2009년. 이용찬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한층 성장한 이용찬의 내년 모습이 빨리 보고 싶다. 그의 불같은 강속구로 프로야구는 한층 더 뜨거워질 것이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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