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 LG가 단단한 반석을 쌓을 수 있을까.’ 신임 박종훈 감독 아래 진주에서 시즌을 마무리하는 LG가 ‘선수단 소통부터, 공포의 수비훈련까지’ 대대적인 체질개선 작업에 들어갔다. [스포츠동아 DB]
LG‘체질개선 프로젝트’ 2제
경남 진주에서 마무리훈련 중인 LG 선수들은 모두 같은 문구가 박힌 티셔츠를 입고 있다. ‘리미트 브레이크(Limit Break)’. 또 연암공업대학 운동장에는 좌·중·우 외야 담장에 커다란 한자 판이 붙어 있다. ‘넋 혼(魂), 비롯할 창(創), 통할 통(通)’. LG 박종훈(50·사진) 신임 감독이 지향하는 바를 한눈에 알려주는 풍경이다.결론은 이렇다. ‘마음부터 바꿔야 살 수 있다.’ 박 감독은 무엇보다 ‘열정’과 ‘의지’, 그리고 ‘소통’을 강조한다. 새 감독 취임과 함께 LG의 ‘체질개선 프로젝트’가 야심차게 시작됐다.
○야간 토론회
매일 밤 10시 박 감독은 숙소인 동방호텔 회의실에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을 불러 모은다. 단순히 훈련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 가장 큰 목적은 ‘토론’이다. 전력분석팀이 지난 시즌 LG의 경기 장면을 비디오로 틀어주다 한 대목에서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다. 곧바로 선수들에게 질문이 던져진다. ‘이 상황에서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때로는 해답이 있고, 때로는 없다. 하지만 ‘생각하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만으로도 대성공이다. 다른 선수의 생각을 진지하게 귀담아 들을 시간도 이 때 뿐이다. 박 감독은 “처음엔 선수들이 입조차 제대로 떼지 못했다. 하지만 한 두 명이 용기 내어 말하기 시작하자 다른 선수들도 따라오기 시작했다”면서 “그러다보면 스스로의 생각도 정리된다. 점점 생각들이 자리 잡는 것 같아서 기쁘다”고 말했다. 물론 내년 사이판∼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도 같은 방식의 토론을 계획하고 있다.
LG 박종훈 감독. [스포츠동아 DB]
○디펜스 데이
훈련장에서는 ‘디펜스 데이’가 기다린다. 내야수 2명이 한 조를 이뤄 오후 내내 ‘수비’ 훈련만 하는 날이다. 방망이는 치고 싶어도 칠 수 없다. 수비코치가 1500여개의 펑고를 치면 선수 한 명이 잡아 다른 선수에게 토스한다. 처음엔 쉬운 타구부터 시작한다. 나중에는 넘어져야 잡을 수 있는 타구만 날아온다. 별다른 말도 오가지 않는다. 끊임없이 받고 던진다. 이 훈련을 지시한 박 감독마저 “보기만 해도 힘들다”며 혀를 내두를 만큼. ‘디펜스 데이’가 끝나면 선수들 손바닥의 3분의 1 가량이 큰 물집으로 뒤덮인다. 하지만 기본기 뿐만 아니라 정신력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시작한 ‘자기와의 싸움’이다. 고통스러운 반복 훈련을 통해 끈기를 길러내는 것이다. 박 감독은 “내야수들에게는 공포의 시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 순간을 잘 이겨내면 분명히 얻는 게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