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無)라도 있어야 유(有)를 창조하지.”
말 그대로 망연자실이다. 한화 한대화(49) 신임 감독은 19일 오전 일찍 이범호의 일본 진출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접하자 허탈한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앞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한다’는 말에 ‘무’조차 없다는 농담으로 허전함을 표현할 정도였다.
고향팀 사령탑을 맡아 1군 감독으로 데뷔하게 될 2010시즌. 하지만 계약서에 사인한 순간부터 험난하다. 안 그래도 올해 최하위였던 팀에 부임했는데, 그나마 버팀목이었던 타선의 두 핵이 떠나버렸다. ‘대한민국 4번타자’ 김태균의 이탈은 어느 정도 각오하고 있었지만 내심 이범호 만큼은 어떻게든 잡을 수 있을 거라 여겼다. 전력 보강은 커녕 오히려 구멍만 크게 뚫린 상태로 다음 시즌을 맞게 생겼으니 속이 탈만도 하다.
한화 구단 역시 마찬가지. 이범호가 일본팀과 계약 직전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구단 고위층을 중심으로 상황 파악에 분주해졌다. 비록 원 소속구단과의 우선협상기간을 넘겨 이범호를 시장에 내보냈지만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던 한화였다. 일찌감치 “김태균과 이범호를 다 잡겠다”고 선언한 뒤 각각 70억원과 50억원이라는 ‘실탄’을 준비해 놓고 기다렸기에 더 허탈할 수밖에 없다. 한화 관계자는 “구단으로서는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선수가 꿈을 위해 도전한다고 하니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면서도 “솔직히 허전한 건 사실”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