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검증된 실력파 영입… 日만 재미 솔솔

입력 2009-11-20 00: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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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일본프로야구는 이승엽을 비롯한 슈퍼스타에게만 허용된 무대였지만 이제는 한국국가대표선수라면 누구나 탐내볼 만큼 가까워졌다.스포츠동아 DB

과거 일본프로야구는 이승엽을 비롯한 슈퍼스타에게만 허용된 무대였지만 이제는 한국국가대표선수라면 누구나 탐내볼 만큼 가까워졌다.스포츠동아 DB

일본 진출 러시 어떻게 봐야 하나
내야수 이범호(28)도 일본에 간다. FA 최대어 김태균(27·지바롯데)에 이어 올해 2번째. 한국선수로는 역대 15번째다. 계약조건도 스스로 정했던 ‘마지노선’을 훨씬 웃돈다. 지난해의 이혜천(30·야쿠르트)에 이어 이범호까지, 초특급 선수가 아니더라도 특급대우를 받고 일본에 진출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것이다. 향후 ‘일본행 러시’가 더 거세질 듯한 이유다.


○WBC는 일본행 ‘기회의 무대’

3월에 열린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가장 큰 계기였다. 2006년 첫 대회 때만 해도 한국선수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일본은 베이징올림픽과 2회 WBC를 거치면서 한국야구의 발전을 피부로 느꼈다. 김태균도, 이범호도 WBC 내내 한일전을 5번이나 치르면서 일본의 눈길을 사로잡을 기회를 얻었다. 1라운드에서 마쓰자카를 상대로 터뜨린 김태균의 초대형 홈런, 그리고 결승전 9회말 2사 1·2루서 이범호가 다르빗슈에게 때려낸 동점 적시타는 9개월 후 수십억원이라는 거액으로 돌아왔다. 한국의 국가대표급 선수라면 일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일본으로, 일본은 미국으로?

일본선수들이 끊임없이 메이저리그로 빠져나가는 현상 역시 한국선수들에게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이미 메이저리그에서도 스타가 된 마쓰이와 이치로는 물론 최근 몇 년 동안에도 마쓰자카, 이가와, 후쿠도메, 우에하라 등 톱클래스 선수들이 미국으로 떠났다. 때문에 일본도 특급선수에 대한 갈증이 심해졌고, 자연스럽게 어느 정도 수준이 보장된 한국선수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했다. 시즌 중 한국야구를 ‘시찰’하는 일본 스카우트들이 점점 늘어나는 이유다. 게다가 일본은 용병을 4명까지 1군에 등록할 수 있다. 동시 출전도 3명까지 가능하다. 단 2명만 뽑는 한국보다 선택의 폭이 더 넓다.


○일본 야구의 ‘팜’이 돼선 안 돼

장점도 물론 있다. 한국야구의 세계화다. 일본무대를 경험한 선수들이 국내로 유턴했을 때 후배들에게 생생한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 연수를 떠나는 지도자들도 많은 상황에서, 선수가 직접 선진 시스템을 경험하고 돌아오는 것은 한국야구의 수준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자칫 한국프로야구가 일본에 우수한 자원을 공급하는 ‘팜’으로 전략하는 상황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스타들이 자꾸 해외로 향하면서 국내프로야구가 위축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이제 일본은 연예스타뿐 아니라 프로야구도 한류 바람이다. 김태균에 이어 이범호까지 일본 진출에 성공하며 내년 일본프로야구에서는 역대 최다 타이인 5명의 한국선수가 활동하게 됐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한국 출신 선수가 일본에서 뛰었던 해는 2001년이다. 이종범이 주니치에서 마지막 시즌을 보냈고 요미우리에는 조성민과 정민철이 있었다. 여기에 당대 최고 투수였던 정민태(요미우리)와 구대성(오릭스)이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며 모두 5명이 일본무대에 함께 섰다. 그러나 정민철 정민태 이종범 등 한국을 대표했던 스타들이 부진에 빠져 잇달아 귀국함에 따라 2003년 구대성, 2005∼2006년에는 이승엽(지바롯데→요미우리)이 홀로 일본을 지켰다.

내년에는 이범호와 김태균이 일본에 진출하며 요미우리 이승엽, 야쿠르트 임창용 이혜천과 함께 5명이 일본무대를 누빈다.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이병규마저 일본 잔류에 성공할 경우 역대 최다 6명으로 늘어난다.

특히 2001년과는 상황과 분위기가 다르다. 2001년은 정민철 정민태 조성민 등 3명의 투수가 요미우리에 모여 내부경쟁을 하며 대부분 2군에 머물러야 했다. 이종범도 시즌 중반 명예회복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가장 많은 한국 출신 선수가 일본에 모였지만 동시에 급격한 내리막길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내년에는 김태균이 지바롯데의 중심타자로, 이범호가 소프트뱅크의 핵심 내야수로 큰 기대를 받고 있다. 또 계약 마지막 해인 이승엽이 명예회복을 선언했고 임창용도 특급마무리로 건재하다. 한국 출신이 센트럴리그의 간판 요미우리, 퍼시픽리그 최고 인기구단 소프트뱅크 등 다양한 구단에 골고루 포진해 활약할 전망이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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