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혁 “라이벌 있어 행복해”

입력 2009-11-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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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세계역도선수권 출사표
“감독님, 저에게는 꼭 말씀해주셔야 합니다.”

10월, 역도대표팀 이형근(45·1988서울올림픽동메달리스트) 감독이 중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이었다. 2008베이징올림픽 남자역도 77kg급 금메달리스트 사재혁(24·사진·강원도청)의 간절한 부탁에 이 감독도 고개를 끄덕였다. 대한역도연맹은 10월17일부터 23일까지 중국 산동성 칭다오에서 열린 중국전국체전에 이 감독을 급파했다. 4년마다 열리는 중국전국체전은 중국선수들이 올림픽 다음으로 심혈을 기울이는 대회. 우승자에게는 ‘아파트 한 채가 떨어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세계역도최강국인 중국선수들은 11월 고양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이미 전국체전에서 컨디션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 감독은 소문만 무성하던 경쟁자들의 기록을 꼼꼼히 확인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사재혁에 뒤져 은메달에 머문 리홍리(29)는 이미 저문 해. 신예 슈다진(23)과 류샤오준(25)은 각각 합계 374kg(인상165kg·용상209kg)과 합계 373kg(인상170kg·용상203kg)을 들어올렸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사재혁이 세운 합계 366kg(인상163kg·용상203kg)을 넘어서는 기록.

보통 경쟁자들의 기록이 더 좋은 경우, 지도자들은 선수 본인에게 상대의 기록을 알려주지 않는다. 부담감만 가중되는 등 역효과가 크기 때문. 하지만 이 감독은 사재혁의 남다른 승부근성을 잘 알고 있었다. 4번의 수술을 딛고 일어선 오기의 역사(力士). 그는 채찍이 강할수록 더 강해진다. 이 감독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국제전화를 걸었다. “알겠습니다. 감독님.” 그 한마디로 끝. “더 큰 자극을 받았다”는 사재혁은 무릎부상의 후유증을 딛고, 자신을 더 매몰차게 몰아붙였다. 19일 개막한 고양세계선수권. 24일, 결전의 날을 앞둔 사재혁은 “라이벌이 있다는 것은 항상 행복한 일이다. 두려울 것은 없다”며 세계정상 수성을 자신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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