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KISS] 경쟁에도 지침이 필요하다        

입력 2009-11-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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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적으로 스포츠의 핵심은 ‘경쟁’이다. 경쟁이 일으키는 복잡한 심리적 상호작용들이 스포츠심리학의 중심 내용을 이룬다. 우리의 삶에서 나타나는 문제들도 많은 경우가 ‘경쟁’에 연루되어 있다. 때로 스포츠의 어떤 문제들은 우리 삶에 강한 함의를 제시한다. 스포츠심리학의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동기지향(MO)이다. 스포츠 경쟁에 참가한 사람들 중 어떤 사람들은 반드시 상대방을 이겨야 성공감을 느낀다. 이를 승리지향(혹은 자아지향)의 성향을 지녔다고 한다. 이에 반해 어떤 사람들은 상대방과 승부보다는 자신의 수행 향상 혹은 못하던 기술을 하게 되었을 때 성공감을 느낀다. 이는 과제지향이다. 이런 양극 성향의 상대적 강도를 심리검사지로 측정하고 수치화해 연구에 사용한다.

승리지향에서 완전한 성공감은 이론적으로 1등만이 누린다. 과제지향에서는 개개인의 성공 기준이 다를 수 있어 이론적으로 개개인 모두의 성공감이 가능하다. 승리지향에서는 경쟁결과에 따른 보상이 도박적으로 몰아서 승자에게 주어진다. 승자가 받는 보상은 실제 자기가 상대방보다 우월한 정도를 훨씬 넘어서며, 흔히 독식을 해 아주 과장된 보상을 받게 된다. 패자는 무보상은 물론 비난 등 부정적 보상까지 받아야 한다. 과제지향에서는 승리 패배 혹은 성공 실패에 따른 보상에 이렇게 몰아서 주는 도박적 요소가 약하다. 보다 합리적이다. 승리지향은 이런 도박적 구조 때문에 강력한 동기유발에 유리할 때가 많다. 꼭 이겨야 하고, 특히 절대 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긴박감이 적은 과제지향에서는 참여자들에 태만이 생기기 쉽다. 이런 동기유발의 강도 차이가 자꾸 누적되면 실제 경기력 차이로 굳어질 수 있다.

학문적 연구결과에서는 과제지향 쪽에서 나타나는 행동들이 더 바람직한 것으로 흔히 보고되고 있다. 상대방과 병립이 가능한 과제지향 쪽이 보다 정의로운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현대를 사는 많은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경쟁에서 어떤 쪽을 강조하며 살아야 할 지, 특히 대입 경쟁 등에서 자기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이런 양극 사이의 적절한 어디에 사회적으로 공유되고 있는 경쟁관이 없으면 그 사회에서 살기가 아주 피곤해진다. 보다 저급하고 막가는 경쟁관들이 득세를 하게 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스포츠의 심리학적 핵심은 경쟁이다. 우리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혹은 제도적으로 스포츠에 자주 참여하게 된다. 성장기에 경쟁으로 점철된 스포츠를 무수한 빈도로 경험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스포츠는 경쟁을 바람직하게 교육할 수 있는 최적의 장, 부작용도 적으며 신체까지 강인하게 할 수 있는 최상의 교육장이다.

스포츠 자체는 빈 수레와 같다. 스포츠에 참여만 한다고 해서 경쟁교육이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도하는 어른세대는 경쟁에 관한 구체적이며 바람직한, 사회의 합의가 이루어진 개입 지침을 반드시 미리 갖추고 있어야 한다. 지금 이에 관한 깊고 치밀한 연구가 아주 부족하다. 선진국 문턱에 있는, 경쟁에 관해 혼란이 큰 우리 사회가 이를 교육을 통해 충격을 줄이며 극복할 수 있는 길들이 방치되고 있다.


김용승 KISS 책임연구원
서울대 졸업 후 국비유학으로 미 UC 버클리에서 석, 박사학위. 불안, 동기, 경쟁교육 연구에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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