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의 믿음’ 전북을 춤추게 했다

입력 2009-12-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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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 선수들이 6일 열린 성남과의 챔프 2차전에서 승리해 2009 K리그 챔피언에 등극한 뒤 우승 트로피와 메달, 상금 등을 받고 함께 기뻐하고 있다. 전주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K리그 첫우승 이끈 ‘信의 용병술’
“너무 감격스럽습니다. 제가 참 복이 많은 사람인 것 같네요.”

전북 최강희 감독은 우승을 확정지은 후 우승 티셔츠를 입고 머플러를 목에 감은 채 담담한 표정으로 인터뷰 룸에 들어섰다. 평소에도 표정변화가 거의 없는 스타일답게 이날도 얼굴은 담담해보였다. 입심 좋기로 유명한 감독답게 농담도 곧잘 구사하며 화기애애하게 인터뷰를 이끌었다. 하지만 미세하게 떨리는 말투에서 2005년 7월 전북 사령탑으로 감독 생활을 시작한지 4년 만에 거머쥔 K리그 첫 우승에 대한 감격이 엿보였다.


○같은 눈높이 큰 믿음

최 감독은 ‘강희대제’ ‘2대8 가르마’라는 것 외에 ‘재활공장장’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최태욱, 이동국 등 한물 간 것으로 여겨졌던 스타 선수들이 최 감독 조련 아래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자 붙여진 별명이다. 비결은 권위의식과 편견을 버린 선수들과의 눈높이 맞추기다.

최 감독은 선수를 영입하면 일단 식사자리 등을 통해 자연스레 면담하며 선수가 슬럼프에 빠지게 된 배경이나 심리 등을 파악한다. 최 감독은 “내가 그런 부분에 탁월하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다”고 몸을 낮추면서도 “기본적으로 기량이 좋은 선수는 주변에서 환경을 맞춰주고 대화를 통해 자신감을 심어주면 얼마든지 이를 극복할 수 있다.

내 진실이 전달되면 선수들도 움직여준다. 그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단 ‘내 선수’다 싶으면 전폭적인 믿음을 아끼지 않는다. 김상식은 최 감독의 신뢰 속에 주장을 맡아 정규리그 전 경기에 출장했고 챔프 2차전 때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맹활약하며 ‘회춘했다’는 평을 들었다.

골잡이 이동국도 비슷한 케이스. 이동국은 챔프 1차전 때 결정적인 두 번의 찬스를 놓친 뒤 ‘1년 동안 잘 해왔는데 챔프전에서 못해 모든 것이 날아가면 어쩌나’하는 부담감에 시달렸다.

최 감독이 이를 모를 리 없었다. 2차전 이틀 전 직접 전화를 걸어 “우리가 우승한다. 그리고 네가 반드시 골을 넣게 될 거다”고 격려해줬다. 이동국은 “감독님의 말씀에 큰 힘이 났다”고 미소를 지었다. 외국인 선수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 2차전에서 2골을 넣으며 ‘맨 오브 더 매치’에 선정된 에닝요는 “감독님을 위해 그라운드에 들어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 정도로 믿음을 주신다”고 밝혔다.

심리전에도 능통하다. 최 감독은 1차전을 앞두고 경기감각에 대한 우려가 일자 “전혀 문제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스스로도 선수들 감각이 무뎌졌다는 걸 알고 있었다. 최 감독은 “사실 선수들이 동요할까봐 일부러 반대로 말했다”고 털어놨다.

전주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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