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씽 스페셜] 히어로즈 선수세일…왜?

입력 2009-12-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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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빌리 빈’을 모토로 삼은 히어로즈 이장석 대표. 팀의 유망주를 키우는 한편 현금을 포함한 트레이드로 장기적인 팀 육성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한 평가와 예상은 엇갈리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선수세일→ 자금확보→ 전력육성’ 노려
히어로즈는 국내 프로야구 구단 중 유일하게 모그룹의 지원을 받지 않는 독립 구단이다. 이장석 대표는 평소 “히어로즈를 흑자를 내며 좋은 성적을 함께 올리는 구단으로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다”라고 수차례 밝혔다.

이장석 대표의 롤 모델은 ‘머니볼’의 주인공 빌리 빈 단장의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다. 오클랜드는 메이저리그(MLB)의 대표적인 스몰마켓 팀이지만 매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는 전력을 갖추며 프랜차이즈에서 팬들의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히어로즈도 서울 연고구단으로 확실히 자리를 굳히기 위해 포스트시즌 진출, 그리고 앞으로 5년 이내에 팀 우승을 위한 세부적인 팀 육성 계획도 세우고 있다.

그러나 매년 200억원 가까이 필요한 운영자금이 쉽게 풀 수 없는 족쇄다. 타 팀은 이 부분을 모 그룹의 지원금으로 해결하고 있지만 히어로즈는 자체 수익금으로 모든 것을 충당해야 한다.

히어로즈는 이를 해결하기위해 목동구장의 장기임대, 서브스폰서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현재 프로야구의 특성상 관중, 광고, 중계권 수입만으로는 흑자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히어로즈가 꺼내든 카드는 현금을 포함한 트레이드다. 하지만 과거 쌍방울처럼 생계형 트레이드는 아니다. 장기적으로 팀을 강팀으로 육성시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우회적인 전략이다. 국내에서는 일종의 실험적인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이장석 대표는 14일 취재진과 만나 “국내에서 에이스 역할을 할 수 있는 좌완 외국인 선발후보를 영입했다. 조만간 정식으로 계약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제 1선발’급 외국인 투수를 영입한 건 당장 내년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서다.

이 대표는 “좋은 선발 투수가 많지만 상대 에이스와 맞붙어서 승리할 수 있는 정상급은 부족하다. 외국인투수에게 이를 맡기는 대신 최대 10명에 가까운 선발자원을 바탕으로 팀 전력을 보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어쩔 수 없이 트레이드를 통해 주전급 자원을 타 팀으로 보낼지라도 장기적으로는 이를 디딤돌로 안정된 팀 전력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히어로즈는 오클랜드보다 더 장기적으로 팀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빌리 빈이 제이슨 지암비처럼 특급 프랜차이즈 스타라도 몸값이 치솟으면 무조건 내다파는 기조를 유지했다면, 히어로즈는 핵심 선수를 스타로 육성해 장기적으로 인기구단으로 육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물론 히어로즈의 이런 실험적 전략이 성공할지에 대해서는 평가와 예상이 엇갈리고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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