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선언하기까지] 팀리빌딩 설 자리 잃어…“지금은 가야할 때”

입력 2010-07-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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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동아DB

삼성 양준혁(41)의 은퇴 선언은 시즌 도중이라 갑작스러운 느낌이 없지 않다. 그가 26일 은퇴를 공식화하면서 “계속 (1군)엔트리 까먹고 벤치를 지키는 게 어려웠다”고 밝힌 대로, 설 자리를 잃게 되면 누구나 자연스레 은퇴 수순을 밟게 마련이지만 사실 시즌 개막 직후부터 그는 은퇴 여부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아울러 그 역시 ‘아름다운 퇴장’을 최우선으로 염두에 두고 시기를 저울질해왔다.


○범상치 않았던 봄바람

삼성 선동열 감독은 5년 재계약의 첫 해인 올해 대대적인 리빌딩에 착수했다. 그 결과 올스타전 직전에 이르면 지난해와 비교해 상당수 야수가 물갈이됐다. 유격수 박진만과 주장 강봉규도 현재 2군에 머물고 있다. 양준혁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만 그 기운이 좀더 일찍 싹텄을 뿐이다. 3월 초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선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결산하는 인터뷰를 했다. 취재진과의 직접 대화가 아니라 구단 홍보팀을 통한 보도자료의 형태였는데 여기서 선 감독은 베테랑 선수들을 언급하면서 “양준혁은 훈련을 잘 소화하긴 했으나 어린 선수들과 경쟁에서 이기면 기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은 지난해의 아쉬움(82경기 출장)을 털어버리기 위해 의욕적으로 캠프에 참가했던 양준혁에게는 모종의 메시지로 읽혔다. 이때부터 그는 고민에 휩싸였다. 하지만 주변엔 흉금을 털어놓을 만한 동료들도 남아있지 않았다. 삼성은 이미 20대 중반 선수들을 주축으로 부쩍 젊어져 있었다.


○현실화된 칼바람

결국 양준혁은 정규시즌 개막을 벤치에서 맞았다. 특히 중견수 이영욱이 올해 톱타자로 고정되면서 외야가 붐비자 주포인 최형우마저 외야 수비에서 밀려나 지명타자로 나서는 일이 잦아질 정도로 삼성의 내외야는 급격하게 리모델링됐다. 양준혁 역시 수비는 고사하고 지명타자 기용마저 기대난망인 상황에 처했다. 26일까지 올시즌 삼성이 93경기를 치르는 동안 양준혁은 고작 60게임(대타 26경기)에서 타율 0.252, 1홈런, 20타점을 올렸다. 특히 최근 9게임 동안은 내리 대타 출장에 그쳤다. 시즌 초만 해도 “1년만 더하고 싶다”며 선수생명 연장의지를 밝히던 양준혁도 급속도로 의기소침해지기 시작했다.

선 감독에게 섭섭함이 있었을 테지만 은퇴 발표 직후 양준혁은 담담하게 “감독님이랑은 선수생활도 같이 해봤고, 지금은 감독과 선수로 처지가 달라졌을 뿐으로 생각한다. 어찌 보면 감독님도 본인의 입장에서 삼성을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이고, 나도 마찬가지이니 따로 할 얘기는 없다”고 말했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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