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나지완 “이러다 대인기피증 걸리겠어요”

입력 2010-08-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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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지완. 스포츠동아DB

“주변에서 기대는 많이 하는데…죽을맛”
“저 녀석이 살아나줘야 하는데….”

6일 군산구장. KIA 조범현 감독은 숨이 막히는 더위에도 배팅케이지에서 연신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는 한 선수를 바라보며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7차전 끝내기홈런의 주인공, KIA를 챔피언 자리에 올려놓은 나지완(25·사진)이었다.

조 감독은 올 시즌을 시작하며 나지완을 3번 타자로 점찍었다. 최희섭∼김상현과 함께 중심타자로서 활약해주길 기대했다. 그러나 올시즌 그의 성적은 말 그대로 ‘참담’하다. 84경기에 출장해 타율0.203·9홈런·33타점. 조 감독은 “저 녀석만 괜찮았으면 (김)상현이가 없었을 때 상황이 더 나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스스로도 죽을 맛이다. 훈련을 마치고 덕아웃으로 돌아온 나지완은 “힘들어 죽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단순히, 가장 먼저 구장에 나와 방망이를 휘두르고 경기가 끝난 후에도 2시간씩 추가배팅훈련을 하고 돌아가는, 살인적인 스케줄이 힘들어서가 아니다. 주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자괴감이 그를 괴롭히고 있다.

나지완은 타격폼을 여러 번 수정하며 타개책을 찾고 있다. 하지만 타자가 폼을 바꿔 체득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폼을 자주 바꾸다보면 오히려 타격밸런스가 무너지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나지완도 “한 번 바꾸기도 어려운데 계속 변화를 주다보니까 더 힘들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고 자가진단했다. 하지만 중간에 포기할 거라면 시작도 하지 않았다.

말을 극도로 아끼던 나지완은 “대인기피증까지 걸릴 지경”이라고 고백했다.

“주위에서 기대를 많이 하는데 (그 기대를)충족시키지 못하니까 모든 사람들이 다 나를 향해 욕을 하는 것 같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하지만 그는 비 오듯 흐르는 땀을 닦으며 “좋아지겠죠”라고 말했다. 막연한 기대가 아닌 피나는 노력이 하루 빨리 결실을 맺길 바라는, 절실한 한 마디였다.

군산|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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