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첫 훈련, 여유 허 감독, 긴장한 인천 선수들

입력 2010-08-26 17:5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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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인천 유나이티드 신임 감독이 26일 인천월드컵경기장 내 2층 회의실에서 선수단과 상견례를 했다. 구단이 회의실 내 정중앙에 자리를 마련했지만 허 감독은 정중하게 사양했다. 대신 선수들 틈에 끼어 선 채로 말을 했다.

“나보다 우리를 생각하자” “우리가 축구선수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프로라는 걸 잊지 말자”고 강조한 허 감독은 상견례를 마치고 선수들과 함께 인근 승기연습구장으로 이동했다. 그라운드에 들어선 선수들에게 허 감독이 처음 던진 말은 “자, 활기차고 편안하게 하자”였다.


● 군기 바짝 든 선수들

여유 있는 허 감독과 달리 선수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왼쪽 종아리 근육 파열을 당한 외국인 선수 싸비치(마케도니아)는 부상당한 몸을 이끌고 아침 일찍 상견례에 참석했다가 허 감독에게 양해를 구하고 훈련을 빠졌다.

단순한 패스게임 때도 날카로운 눈초리의 허 감독을 의식한 듯 선수들은 발놀림 하나하나에 혼을 실었다. 미니게임에서는 실전을 방불케 하는 태클과 몸싸움이 여러 차례 나왔다.

훈련 도중 목이 탄 선수들이 주저주저하자 김봉길 수석코치는 “마시고 싶은 사람은 마셔도 좋다”고 허락했다. 그 만큼 군기가 바짝 들어 있었다.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는 가운데 1시간 40여 분에 걸친 강도 높은 훈련이 계속됐다.

허 감독은 훈련을 마친 뒤 “사실 선수들이 요즘 연패 등으로 매너리즘에 좀 빠져 있는 듯 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눈빛이 달라진 선수들이 몇몇 보인다. 앞으로 좋아질 것으로 믿는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 이 악문 유병수

올 시즌 12골로 팀 내 득점 1위인 유병수(22)와 허 감독의 만남도 관심을 모았다.

유병수는 2009년 5월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과 월드컵 최종예전 6차전을 앞두고 대표팀 깜짝 발탁됐던 인연이 있다. 당시 훈련 때 허 감독이 “슛은 (유)병수처럼만 하라”고 공개 칭찬했을 정도로 애정이 각별하다.

유병수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이를 악물었다. 단점으로 지적됐던 체력도 단내 나는 지구력 훈련으로 많이 보완했고 수비 가담에도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허 감독은 유병수에 대해 “(대표팀 발탁 당시와 비교했을 때) 아직 많이 달라진 점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자극을 통해 한 단계 더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도였다.

유병수는 “감독님이 원하는 스타일을 잘 알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인천|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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