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핫이슈] 김현수 선발 제외 이유 “가을마다 눈물…현수야, 정신 차려”

입력 2010-10-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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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현수. 스포츠동아DB

“연습때 혼이 보이지 않는다” 아쉬움…부진 되풀이하고도 긴장·반성 없어
두산 간판 타자 김현수(사진)가 7일 삼성과의 플레이오프(PO) 1차전 선발 명단에서 결국 제외됐다. 그가 가을찬치에 처음 나선 2007년 이후, 포스트시즌 35번째 경기만의 선발 제외다. 단순히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준PO에서 타격이 부진했기 때문이 아니다. 김경문 감독의 많은 뜻이 담겨 있다.

김 감독은 롯데와의 준PO 5차전 때도 3번으로 기용한 김현수가 4회 세 번째 타석에서 맥없이 삼진으로 물러나자, 곧바로 이어진 수비 때 정수빈으로 투입하며 ‘응징’했다. 하루 전 PO 미디어데이에서도 “키플레이어는 김현수”라면서도 “여차하면 빼고 갈 수도 있다”고 여운을 남기더니 결국 1차전 제외라는 강수를 두며 그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김경문 감독은 1차전에 앞서 기자들과 얘기를 나누다가 ‘정수빈이 오늘 생일이다’는 내용을 우연히 전해 듣고는 놀라는 투로 “그러냐”고 재차 물은 뒤, “생일 맞았으니 ‘기’가 좀 세겠네. 그럼 기회를 줘야겠네”라고 했다.

김현수 대신 정수빈 투입을 그렇게 포장했지만, 단순히 생일을 맞았다고 김현수 대신 정수빈에게 기회를 줬을까?

아니다. 김 감독은 이미 김현수 선발 제외를 염두에 두고 그라운드에 나왔을 개연성이 크다. 김 감독은 연습하는 모습을 지켜보다 “필딩하는 모습을 보니까 혼이 보이지 않는다”며 김현수에게 아쉬움을 나타낸 뒤 “여러 번 울어봤으면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선수가 울면, 감독은 더 많이 운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가을잔치에서 연거푸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면, 올해 다시 그런 모습을 보여서도 안 되거니와 그런 모습을 되풀이하고도 긴장하거나 반성하는 태도가 아니란 말이었다.

김 감독은 올시즌 막판, 연속경기(396게임) 출장 기록을 이어오고 있는 그를 선발에서 제외한 뒤 의도적으로 대타로도 기용하지 않는 등 ‘경고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당시 “벤치에서도 느껴봐야 한다. 김현수 없이 두산도 게임을 할 수 있다”는 말로 각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번 1차전 선발 제외도 그런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김 감독은 김현수가 가진 재능을 아끼기에 다른 선수보다 유독 더 엄격하다. 김현수 본인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김현수 선발 제외는 여러 노림수가 담긴 카드다. 김 감독의 채찍질을 받은 김현수는 다시 제 모습을 찾을 수 있을까.대구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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