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핫이슈|김현수 PS 방망이 악몽…왜?] 0.091…가을만 되면 작아지는 남자

입력 2010-10-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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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야, 괜찮아! 고개 들어”가을햇살만큼 따뜻한 동료애. 10일 잠실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3차전, 두산 이종욱(위)이 3회말 1사 1·3루 찬스에서 병살타를 친 후 고개를 숙인 김현수를 쓰다듬으며 격려하고 있다.

PO 3차전까지 병살타 2개 등 2안타
김감독 ‘선발제외’ 노림수 소득 없어

나쁜볼에 방망이 휘두르는 조급증
연이은 부진이 자신도 모르게 압박
자신감 충전 등 스스로 이겨나가야
‘잔혹한 가을’이다.

포스트시즌만 되면 되풀이되는 ‘악몽’이다. ‘타격기계’로 불리는 두산 김현수(22)의 ‘가을 가슴앓이’가 올해도 여지없이 계속되고 있다.

삼성과의 플레이오프(PO) 3차전을 통해 올 포스트시즌 들어 첫 6번으로 강등된 김현수는 1회 2사 1·2루에서 나선 첫 타석에서 2루 땅볼에 그친 뒤 2-4로 따라붙은 3회 1사 1·3루에선 유격수 병살타로 또다시 공격 흐름을 끊었다. 1루에서 아웃된 뒤 그는 파울라인쪽에 쭈그리고 앉아 스스로 납득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파묻고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베어스 팬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격려했지만, 두산 김경문 감독은 그를 곧바로 라인업에서 뺐다.


○김현수의 가을 잔혹사

한동안 쭈그리고 앉아 일어서지 못하는 김현수의 모습은 마치 2008년 SK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시리즈를 마감하는 병살타를 때린 뒤 눈물을 보였던 그 순간을 떠올리게 했다.

롯데와의 올 준PO 5게임에서 그는 17타수 2안타, 타율 0.118에 그쳤다. 급기야 김 감독은 삼성과의 PO 1차전에서 그를 선발 라인업에서 지웠다. 그가 가을잔치에 나선 2007년 이후 포스트시즌 35경기만의 첫 선발 제외였다.

각성을 촉구한 김 감독의 노림수는 별 소득이 없었다. 3차전까지 5타수 무안타 병살타 2개에 볼넷만 2개 얻었을 뿐.

10일을 포함해 김현수의 통산 포스트시즌 성적은 37경기 출장에 타율 0.256.

2007년·2008년 한국시리즈에선 각각 0.238과 0.048에 그쳤다. 2008년과 2009년, 정규시즌 2년 연속 타율 0.357을 기록하고, ‘별로 좋지 않다’는 올시즌에도 0.317을 기록한 그의 가을 잔치 부진은 언뜻 이해하기 힘들 정도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1회 2루 땅볼은 김현수가 ‘정상적인’ 컨디션이었다면 센터쪽으로 향할 타구였다. 상체가 앞으로 쏠리면서 스윙 밸런스가 무너졌다. 타석에서 조급해하면서 나쁜 볼에 방망이가 나가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 자신감 결여가 가장 큰 문제점. 두산의 대표타자라는 자부심은 이제 부담감으로 다가오고, 연이은 가을잔치 부진이 자신도 모르게 그를 압박하고 있다. 3차전 두 타석 모두 초구에 방망이를 휘둘러 내야땅볼에 그친 게 좋은 예다.

하지만 아직 희망은 있다. 3차전을 앞두고 그는 “내가 못해도 팀만 이기면 좋겠다”고 했다. 풀이 죽어 말조차 붙이기 힘들었던 지난해와 달리 그마나 여유가 남아 있다.

스스로도 “한 두 번도 아닌데 괜찮다. 내가 이겨내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다. 여전히 그는 ‘타격 기계’ 김현수다. 희망은 아직 충분하다.잠실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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