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칼 가는 제주 GK 김호준
제주 유나이티드의 주전 골키퍼 김호준(사진)은 지난해까지 서울 유니폼을 입었지만 이번 시즌 이적시장 마감일에 제주로 팀을 옮겼습니다.제주는 다급하게 김호준 영입에 뛰어들었고, 이적료 일부를 1년 후 서울에 지급하기로 약속했을 정도로 계약이 극적으로 성사됐습니다. 서울은 김용대를 영입해 김호준에 큰 미련이 없었습니다. 김호준이 중요한 경기에 자주 실수를 한 것도 서울이 골키퍼 교체를 결정한 계기가 됐습니다.
하지만 김호준은 보란 듯이 제주에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떨쳤습니다. 그리고 제주를 정규리그 2위로 끌어올렸습니다. 지난 시즌 잦았던 실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안정감까지 갖췄습니다. 덕분에 제주는 지난 시즌에 비해 실점이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그에게 이번 대결이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가 있습니다. 자신을 버렸던 서울 관계자들 앞에서 보란 듯 좋은 활약을 펼쳐 그것이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걸 실감하게 해주려고 합니다. 또 서울 팬들 앞에서 김호준이 지난해에 비해 눈에 띄게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답니다.
그는 여전히 친정 서울에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자신을 다른 팀으로 보내긴 했지만 정들었던 구단이고, 팬들의 응원과 친한 동료들이 많습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를 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챔프전에서는 반드시 무실점으로 제주의 우승을 위해서 뛰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절친한 후배인 서울 이승렬에게 만큼은 절대로 골을 주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챔프전을 마치고 18일 결혼식을 올릴 예정인데 예비신부에게 또 하나의 좋은 선물을 안기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우승을 해야 합니다. 팀을 제주로 옮겨 함께 보낼 시간이 적었던 것을 우승으로 보상해주려 합니다.
서울에서 뛸 때 우승에 대한 부담감이 심했던 김호준. “그래서 실수도 많았던 것 같다”는 그는 욕심을 버리고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면 목표했던 우승이 좀 더 가까이 다가온다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