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대한축구협회 시상식에서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박지성 선수의 대리수상한 아버지 박성종 씨가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과 사진기자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3일 대한축구협회 시상식에서 최고 입담을 과시한 건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 씨였다. 잉글랜드에 있는 아들 대신 참석한 그는 진행자가 ‘올해의 선수’에 선정된 소감을 묻자 “2002년부터 대리 수상을 해 왔다. 그 때마다 본인이 없어 죄송함을 느낀다. 지금까지 많은 상을 받았지만 이렇게 축구협회 본관에서 받는 건 처음이라 더욱 뜻 깊은 것 같다”고 말해 축구 인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도 촌철살인 멘트가 계속됐다.
“아들의 단점을 하나만 꼽아 달라” “박지성 선수가 언제쯤 결혼하는 게 좋냐”는 질문에는 “어르신들께 인사드리는 걸 싫어한다. 고쳐야 한다” “(결혼은) 자기가 하고 싶을 때 해야 한다”고 짧게 답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그럼 박 선수가 어떤 여자 스타일을 좋아하느냐”고 다소 곤란한 질문을 던졌지만 “아까 상을 받으신 여자 지도자 분 같은 스타일이다”고 시원시원하게 말해 눈길을 끌었다.
박 씨가 지목한 사람은 서울 송파초등학교 여자 축구부 감독으로, 이날 최우수 지도자상을 받은 주진희 감독. 뜻밖의 대답에 행사장이 술렁이자 박 씨는 “스타일만 그런 겁니다”고 웃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기도 했다.
한편, 축구협회는 이날 박 씨와 허정무 감독, 지소연을 대상으로 행사 후 기자실에서 따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 씨가 최근 “박지성이 아시안 컵 후 은퇴 한다”고 말해 큰 화제를 낳은 만큼 상당수 기자들이 이에 대해 질문을 하려고 기다렸다.
그러나 박 씨는 협회 홍보국에 “개인 일정 때문에 참석할 수 없다”는 말만 남긴 채 떠나 취재진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