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투수 정재복 “3800만원…밑바닥서 칼 간다”

입력 2011-01-25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부상·수술 2년새 연봉 9200만원 폭락
팔 근력 80% 회복 “5월이여 빨리오라”
“그동안 특별히 잘 하지는 않았지만 꾸준하게는 해왔는데…. 한 방에 다 날아가네요.”

LG 투수 정재복(30·사진)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LG의 유일한 연봉 미계약자로 남아있던 정재복은 24일 결국 구단 제시액대로 38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지난해 연봉 1억원에서 6200만원이나 삭감됐다. 2009년 1억3000만원까지 올랐던 연봉은 2년 사이에 무려 9200만원(70.8%)이나 줄어들었다.

그는 2003년 LG에 입단한 뒤 선발, 중간, 마무리를 가리지 않고 뛰었다. 마운드가 약한 팀 사정상 LG 사령탑을 맡은 감독들은 그를 ‘마당쇠’처럼 활용했다. 2008년까지 234경기에 등판해 26승32패 20세이브 29홀드를 기록했다.

그러나 2008년 시즌 도중부터 팔꿈치가 아프기 시작했다. 진통제 주사를 맞기도 했고, 통증을 완화하는 약을 먹고 마운드에 서봤지만 갈수록 통증은 심해졌다.

2009년 21경기(79.1이닝), 지난해 16경기(23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한때 큰 키(192cm)에서 내리꽂는 위력적인 150km짜리 직구도 3년간 탈이 난 팔꿈치로 던지다보니 140km를 넘기기도 버거워졌다. 억지로 던지다보니 투구 밸런스까지 깨졌다. 볼스피드도, 컨트롤도 없는 투수가 돼버렸다.

그는 지난해 시즌 도중 구단에 “아파서 던지기 힘들다. 수술을 하고 싶다”는 말을 꺼냈으나, 어찌된 일인지 허락이 떨어지지 않았다.

팔꿈치 뼛조각 수술을 한 건 11월. 그래서 현재 구리에서 재활훈련에 매달리고 있다. 팔근력은 70∼80%까지 회복된 상태다. 2월 10일 쯤부터 캐치볼을 시작할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이르면 5월, 늦으면 6월쯤 1군 마운드에 설 수 있다.

정재복은 “난 이제 3800만원짜리 선수다”며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연봉만큼 자존심도 밑바닥까지 떨어졌다. 그래서인지 그는 “어쩌겠나. 처음부터 시작하겠다”며 입술을 깨물었다.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