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용 골=V’…승리공식 또 통했다

입력 2011-03-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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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종료직전 헤딩골 러키가이 입증
두시즌 연속 두자릿 수 공격포인트
아시안컵 후유증 딛고 주전 재도약
볼턴 FA컵 4강행 결승골 의미

이청용(볼턴)이 시즌 3호 골을 작렬시키며 소속 팀을 2010∼2011 잉글랜드 FA컵 4강 진출로 이끌었다. 12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 세인트 앤드류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버밍엄과의 대회 8강전에서 후반 16분 교체 투입돼 45분 과감한 헤딩 골로 3-2 짜릿한 승리의 주역이 됐다.

작년 11월 뉴캐슬과의 프리미어리그 14라운드 홈경기 이후 3개월여 만에 터진 이날 골로 두 시즌 연속 두 자릿수(3골-7도움)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승리의 이름 청용

이청용의 득점은 곧 볼턴의 승리를 입증한다. 이청용이 골을 성공시키면 볼턴은 진 적이 없다. 5골-8도움을 올린 지난 시즌도, 올 시즌도 같은 시나리오였다.

전반 21분 요한 엘만더의 선취 골을 넣은 볼턴은 38분 버밍엄 카메론 제롬에게 기습 중거리 포에 골을 내줬다. 볼턴의 선택은 하나 뿐. 스코어 1-1로 맞선 후반 16분 이반 클라스니치가 나오고 이청용이 투입됐다.

선택은 옳았다. 팽팽한 분위기는 단숨에 볼턴으로 넘어왔다. 후반 21분 케빈 데이비스가 페널티킥을 성공시켜 2-1로 앞서던 볼턴은 35분 케빈 필립스에 다시 동점골을 내줘 경기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기적이 일어났다. 추가시간 무렵, 후방에서 길게 넘어온 볼을 데이비스가 헤딩 크로스로 연결하자 이를 이청용이 골대 정면에서 쇄도하며 과감한 헤딩 골을 성공했다.

볼턴은 1999∼2000시즌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FA컵 4강에 올랐고, 대진 장소인 ‘축구성지’ 런던 웸블리구장에 입성하는 영예를 누렸다. 한국 선수가 웸블리에서 경기를 한 것은 박지성(맨유)-김두현(당시 웨스트 브롬위치, 현 경찰청) 이후 세 번째다.


○버밍엄 킬러, 아시안컵 후유증은 없다!

2009∼2010시즌 잉글랜드 무대에 이름을 올린 이청용은 버밍엄과 유독 인연이 깊다. 데뷔 이후 4경기 동안 골을 넣지 못하던 2009년 9월26일 버밍엄과 EPL 3라운드에서 격돌했다. 여기서 터진 이청용의 데뷔 골. 초반 2연패에 빠졌던 볼턴은 2-1 승리를 거뒀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였다. 내용과 느낌은 달랐어도 불안한 상황 속에 맞은 버밍엄전이었기 때문에 의미는 훨씬 각별했다.

이청용은 요즘 썩 유쾌하진 못했다. 1월 카타르 아시안컵 이후 선발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잦았다. 붙박이 자리였던 오른쪽 측면에도 주로 최전방에 섰던 엘만더가 내려와 불안감을 드리웠다.

공격포인트 역시 지난달 14일 에버턴전 때 나온 시즌 7번째 어시스트가 전부였다. 하지만 모든 우려를 스스로 극복했다. 한국 선수의 두 시즌 연속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 기록도 이번이 처음이다. 원정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개선한 이청용을 향해 볼턴의 오언 코일 감독은 “슈퍼 피니시(Super Finish)”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유럽 리거의 새 역사를 이청용이 다시 쓰고 있다.

“FA컵 우승 노린다”
○FA컵 8강전 결승골 이청용=
어려운 원정 경기에서 버밍엄을 꺾고 (꿈의 무대인) 웸블리구장을 밟게 돼 너무 기쁘다. 어느 팀이 올라오더라도 8강보다는 어려운 경기가 될 것 같다. 우리 팀이 FA컵에서 우승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 결승골이어서 더욱 기분이 좋다. 몇 분이든 뛰는 시간과 상관없이 그라운드에 오르면 내가 가진 모든 에너지를 쏟겠다.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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