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의 투수학개론] 스트라이드를 보면 피칭 스타일이 보인다

입력 2011-05-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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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드 폭 넓어질수록 파워↑ 제구력↓
투수, 단단한 하체 뒷받침돼야 구위 극대화
김광현 빠른 스트라이드 안정감은 떨어져
축족, 펴지면 미국형…구부려지면 일본형
이번에는 잘 만들어진 밸런스를 전진 직선운동으로 바꿔 공에다 자신의 힘을 쏟아 넣는 피니시(finish) 동작에서의 투구폼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시작과 끝을 연결하는 동작, 스트라이드(Stride)의 중요성에 대해 먼저 알아보자.



# 특강 1 | 스트라이드 왜 중요한가

투수가 공을 던지기 위해 발을 높이 들고(리프팅·lifting), 자유족을 앞으로 내딛는 동작(스트라이드)은 첫째 가능한 한 포수와 가까이서 투구를 하고 싶은 이유와 중심이동의 힘을 얻으면서 투구에 강한 힘을 전달하기 위함이다.

예를 들어 투수들이 현재보다 30cm만 앞에서 투구를 하라고 한다면 제구력, 스피드 등 기술적인 부분에서 눈에 띄게 달라질 것이며, 지금보다 더 타자를 상대하기가 쉬울 것이다.(실제로 제구가 흔들리는 투수는 시즌 중에도 포수를 1m 앞으로 당겨서 투구훈련을 시킨다)

그러나 스트라이드가 너무 넓어지면 빠르고 힘찬 중심이동이 되지 못해 상체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아주 부자연스러운 투구폼이 될 것이다. 이런 자세(플라잉·flying)가 될 때는 릴리스 포인트가 눈앞이 아니라 머리 쪽의 선에 위치할 가능성이 많다. <사진 1 참고>

일반적으로 우리 투수들은 자기 발 사이즈의 6발 반 족장에서 7발 정도의 스트라이드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7족장이 넘으면 과도한 넓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7족장이 넘어가는 투구폼을 가진 선수는 중심이동이 부자연스러우며 릴리스 포인트가 앞쪽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필자도 예전 선수 시절 6족장 반을 넘기지 않으려고 많은 노력을 했으며, 롯데의 손민한은 마운드에 올라가 연습투구를 하는 도중 6족장 반에 항상 라인을 그어놓고 그 선을 넘기지 않으려고 신경쓰는 모습이 기억에 생생하다. 본인의 스트라이드 폭을 항상 체크했던 손민한의 제구력은 자타가 공인한 최고 수준이었다.

참고로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신장 비례, 발사이즈 비례로 보면 우리나라 투수보다는 폭이 좁은 것이 특징이나, 평균적으로 보면 신장에서 85∼105%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예전 ‘조막손 투수’로 널리 알려진 짐 애보트는 무려 210cm의 보폭을 보였으며, 현재 최고투수 반열에 있는 팀 린스컴도 보통 투수는 따라할 수 없는 보폭을 기록하고 있다.



# 특강 2 | 스트라이드와 좋은 투수의 조건

그림 1에서 A보다 B가 더 불안정해보일 것이다. 불안정하게 보인다는 것은 중심점이 높다는 것이다. 즉, 스트라이드가 너무 넓으면 우리가 원하는 빠르고 강한 전진직진 운동이 더디어짐을 뜻하기 때문에 스트라이드가 너무 넓은 것은 결과적으로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된다. 긴 스트라이드는 공의 가속구간을 늘려주기 때문에 큰 힘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결국 투구는 멀리던지기나 강하게 던지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얼마만큼 정확히, 그리고 얼마만큼 꾸준히 지속적으로 던질 수 있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투수는 하체가 강해야 한다. 그래서 다른 포지션 플레이어보다 러닝을 많이 하고 허리·하체 부분의 근력을 키우는 운동을 많이 한다. 또한 코치는“하체로, 허리로 공을 던져라”고 주문 한다. 그러나 우스운 얘기지만 공은 손끝에서 나가게 되어있지, 발로 던질 수는 절대 없다. 그러면 앞선 얘기가 무슨 의미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결국 셋업 자세부터 피니시 동작까지의 투구동작을 한 가지 운동으로 본다면 ‘셋업(set up)→리프팅(lifting)→스트라이드(stride)→릴리스(release)→피니시(finish)’로 이루어진다. 단단하고 안정적인 하체의 받침이 없다면 이루어지지 않는 절대적인 투구 메커닉(mechanic)을 강조하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파워(power)=스트렝스(strength)×스피드(speed)’이며, ‘f=ma(힘=질량×가속도)’란 공식이 물리학에서 있는 것처럼, 스트라이드하면서 자신이 만들어낸 상체의 전진력을 하체의 방향과 일직선으로 만들면서 힘이 극대화된다. 이처럼 극대화되어 있는 힘을 하체의 버티는 힘을 이용해 절대 변하지 않는 투구폼의 안정성을 만들어내야 한다. 즉, 지진에서도 쓰러지지 않는 건물이나 교량의 지지대 역할을 하체가 해야 한다는 것이다.



# 특강 3 | 스트라이드가 피칭에 미치는 영향

사진 2·사진 3·사진 4 에서 보듯이 착지(스트라이드 이후 발의 모습) 후 하체의 안정적인 모습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런 동작이 유지되어야 투수들의 최종 목적인 일정하고 꾸준한 릴리스 포인트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꾸준하게 자신만의 릴리스 포인트를 알고 실전에 쓸 수 있다면 본인의 의도대로 경기를 이끌어 갈 수 있고, 그 결과는 뻔히 보이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투수 중 빠르고 강한 스트라이드를 하는 투수는 SK의 김광현이다. 그보다 조금 안정적인 스트라이드는 한화 류현진이다. 모든 것이 곧잘 비교되는 선수들이라 투구 메커닉적으로 구분을 해 보았는데, 두 선수의 기록과 성적, 그리고 여러 가지 애버리지(Ave)를 생각하면 빠르고 강한 스트라이드와 조금 안정적인 스트라이드, 둘 중 독자들은 어느 쪽을 선택할지 궁금해진다.



# 특강 4 |스트라이드의 구분

스트라이드의 시작은 딱 두 가지 방법으로 분류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형 스트라이드, 일본형 스트라이드로 확연히 나타나는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투수들은 예전 일본야구를 많이 따라갔다. 1990년대초 메이저리그와 교류하기 시작하면서 코치나 선수들이 새로운 시도를 해보았으나 역시 신체적 조건 등의 차이로 다시 예전의 투구폼으로 돌아가고 있다. 최근 메이저리그 투수들도 동양적인 스트라이드 방법을 사용하는 선수가 늘고 있는 추세다.

미국형 스트라이드는 축족이 펴진 상태에서 자유족이 최고점에 올라온 다음 착지하는 지점까지 거의 일직선으로 이동하며, 이동 중에도 다리가 뻗어지지 않는 자세다.<사진 5, 사진 6 참고>

일본형 스트라이드는 축족이 스트라이드 순간 구부러지기 시작하며(의자에 앉는 느낌), 마운드의 경사에 평행을 유지하는 듯하며, 내딛는 발이 뻗어지게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내딛는 발이 뻗어지게 되면 허리와 엉덩이의 리드가 분명히 빨라지게 되어 강한 힘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 투수들이 선호하고 있는 이 동작은 무게 중심을 좀 더 뒷발에 오래 머물게 할 수 있어 체격이 작은 동양권 선수에게는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깨나 허리가 빨리 열릴 수 있어 착지동작 전에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다.

이렇듯 투구 메커닉엔 과학이 숨겨져 있다. 단 한 가지의 연결고리가 잘못되면 전체가 망가지는 아주 미묘한, 그러나 연구해 보고픈 매력이 숨어있는 것도 사실이다.

레슬링이나 유도 같은 종목의 선수들은 경기 중 모두 자세가 낮다. 그래야 상대에게 큰 점수를 허용하지 않게 된다. 적당한 스트라이드가 다음 투구동작으로 넘어가는 최고의 위치가 되어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양상문 전 롯데 감독·고려대 체육교육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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