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5번 도전끝 첫 키스, 프레이저 “불혹 만세!”

입력 2011-06-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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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주드 클래식 13언더파 우승
13년만에 우승컵 품고 인생 대역전
미PGA 투어의 베테랑 골퍼 해리슨 프레이저(40·미국)가 354전 355기 만에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프레이저는 13일(한국시간) 미국 테네시 주 멤피스의 사우스윈드TPC(파70·7244야드)에서 열린 세인트 주드 클래식(총상금 560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3타를 줄이면서 합계 13언더파 267타를 쳤다. 로베르트 카를손(스웨덴)과 동타로 끝내 연장전에 들어간 프레이저는 세 번째 홀에서 파를 잡아 보기에 그친 카를손을 꺾고 우승 세리머니를 펼쳤다.

1998년 투어 생활을 시작해 만 12년 동안 단 한 차례 우승도 해보지 못한 프레이저는 13년 만에 꿈에 그리던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면서 인생역전에 성공했다. 우승상금은 100만8000달러(한화 약 11억원)는 그가 지난 2년 간 투어 생활에서 벌었던 액수(94만 달러)보다 많다.

그의 우승 경험은 1997년 2부 투어격인 네이션 와이드 투어가 전부다. 1998년 PGA 투어에 올라왔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지금까지 준우승 4회, 3위 6회 기록이 그가 받아든 성적표다. 작년엔 17번 대회에 나와 무려 13번이나 예선에서 떨어졌고 올 시즌도 9차례 경기에 나서 6번이나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 게다가 나이도 이제는 마흔을 넘어섰다.

운동선수에게 마흔은 은퇴를 준비해야 할 시기지만 골프만큼은 예외다.

골프는 쉰을 넘긴 나이에도 현역으로 뛸 수 있다. 챔피언스(시니어) 투어의 경우 50세 이상만 출전한다. 그러다 보니 골프선수 중에는 20∼30대에 빛을 보지 못하다 40∼50대에 전성기를 맞는 경우도 많다.

5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3년 만에 우승한 최경주(SK텔레콤)도 올해 나이 마흔 한 살이다. 작년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 골프장에서 열린 챔피언스 투어 송도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러스 코크란(53·미국) 역시 1991년 우승 이후 무려 19년 만에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코크란은 이어진 SAS 챔피언십까지 2주 연속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골프선수로써의 첫 번째 전성기를 맞았다.

골프의 특성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다른 스포츠 종목에 비해 체력적인 부담이 덜하고 장시간 필드에서 게임해야 하지만 절대적인 힘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때로는 체력적인 부분보다 정신적인 측면이 성적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도 그 이유다.

프레이저가 일찍 포기하고 필드를 떠났다면 이날의 영광은 없었다. 지옥의 레이스라는 Q스쿨을 거치는 치욕을 참고 견뎌낸 끝에 이뤄낸 인간승리다. 프레이저는 “최근 몇 년이 너무 길게 느껴졌고 힘들었다”는 말로 마음고생을 대신했다.

주영로 기자(트위터 @na1872)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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