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 기자 여기는 두바이] 조광래호 전략 엿보기

입력 2011-11-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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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조광래 감독(가운데) 등 코칭스태프가 6일(한국시간) UAE 두바이 숙소에 모여 전술회의를 하고 있다.두바이(UAE)|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1. 빠른템포
2. 도전적 수비
3. 전진 패스

조광래 감독 이례적 전원 회의
UAE·레바논 깰 3대 전략 주문


해외 원정 때 대표팀 숙소(호텔)는 출입이 엄격하게 금지된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는 한 층을 독점한다. 전용식당도 필수다. 일반인과 접촉이 전면 차단된다. 미디어도 축구협회 사전 협조를 얻어야만 인터뷰 등을 위해 잠시 호텔에 들어갈 수 있다.

<스포츠동아>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의 대표팀 숙소인 뫼벤픽 부르 두바이호텔 내 조광래 감독 방에서 이뤄진 코칭스태프 미팅 현장을 포착했다.

코칭스태프 미팅에서는 대표팀 전술과 운영 방안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래서 거의 공개된 적이 없다. 사실 조 감독은 전체 코칭스태프 미팅을 자주 하지 않는다. 전술은 참모 격인 박태하 수석코치와 주로 상의하고 다른 코치들과는 일대일로 면담한다. 그래야 더 솔직한 의견이 나온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중동 2연전 대장정이 시작되는 첫 날인 만큼 5일(한국시간) 모든 코치들을 방으로 불렀다.

처음 10여 분간만 공개됐고 이후 자세한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그러나 대표팀이 UAE-레바논과 2연전에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살짝 엿보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조광래 감독이 전술적인 움직임을 그려놓은 종이를 가리키며 공격수 간 포지션 변경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두바이(UAE)|윤태석 기자



압박 통해 수비 안정

조 감독은 미팅 초반 코치들에게 3가지를 주문했다.

첫 번째는 빠른 템포와 강한 프레싱. 그는 “처음 모였을 때보다 템포나 강도나 이런 게 떨어졌다. 앞으로 훈련 때 이런 점을 선수들에게 주지시켜라”고 지시했다. 이어 “비디오를 보니 수비 때 물러나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게 하지 말고 도전적으로 수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좁은 지역에서는 백패스를 하지 말고 전진패스를 해서 찬스를 만들 것을 강조했다.

조 감독은 두바이 출국에 앞서 “UAE와 레바논 모두 홈에서 강하게 공격적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2∼3가지 대비책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코칭스태프 미팅을 통해 압박을 통한 수비가 중동 2연전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가장 중요한 키워드임을 알 수 있었다.

조 감독은 “먼저 실점을 안 하도록 수비 밸런스를 유지하고 안정을 취할 것이다”고 부연 설명했다. 수비적인 축구를 하겠다는 건 아니다. 예전에는 공격 진영에서부터 강하게 상대를 압박했다면 이제는 10∼25m 가량 뒤로 물러나 안정된 상황을 구축한 뒤 상대를 허물겠다는 복안이다.

5일 두바이 정부 스포츠클럽에서 있었던 첫 날 훈련도 이에 맞춰 진행됐다. 골키퍼 3명을 제외한 국내파와 J리그파 11명에 서정원 코치가 합세해 4명 씩 3팀으로 나눠 4대4 패스게임을 했는데, 조 감독은 내내 빠른 패스와 강한 압박을 주문했다.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머뭇거리면 크게 소리치며 질책했다. 조 감독은 “아래로 조금 내려오는 대신 압박의 강도가 더 세야 효과가 있다”며 훈련에 의미를 부여했다.


● 공격수들 활발한 자리바꿈 필요

수비 안정만 가지고는 승리할 수 없다. 득점이 필요하다.

한국은 지난 달 UAE와 홈 3차전에서 경기를 주도하고도 찬스를 많이 만들지 못했다. 점유율은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문전 앞에서 세밀함이 떨어졌다. 조 감독은 최전방 공격수들이 유기적으로 자리를 바꾸지 못해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 진단했다.

그는 “가나, 세르비아, 온두라스 평가전 때는 공격수들이 활발하게 잘 움직였는데 최근 짜임새가 많이 떨어졌다”고 아쉬워했다. 박주영(아스널)과 지동원(선덜랜드) 등 주전 공격수들이 합류하면 이 부분을 집중 조련할 계획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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