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혈 선수’ 이승준 “내게 선택권은 없다”

입력 2012-01-10 21:4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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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1-2012 KB 국민카드 프로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와 울산 모비스 피버스의 경기에서 삼성 이승준이 통렬한 원핸드 슬램 덩크를 터뜨리고 있다. 사진제공=KBL

10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1-2012 KB 국민카드 프로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와 울산 모비스 피버스의 경기에서 삼성 이승준이 통렬한 원핸드 슬램 덩크를 터뜨리고 있다. 사진제공=KBL

홈 14연패를 끊은 이승준(33·삼성)의 얼굴은 밝았다.

서울 삼성 썬더스는 10일 울산 모비스 피버스와의 경기에서 88-81로 승리, 올시즌 홈경기 전패(14연패)-시즌 7연패(2012년 첫 승)의 사슬을 끊었다. 이승준은 “계속 지면 팬들이 오지 않을까봐 불안했는데 다행이다”라고 말하며 후련해했다. 함께 인터뷰실에 들어선 이관희(20)-김승현(35)과 장난을 치는 등 유쾌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의 미래는 오리무중이다. 이승준은 이번 2011-12시즌이 끝나면 3년간 정들었던 삼성 썬더스를 떠나야한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혼혈 선수들은 한 팀에서 3년간 뛴 뒤 반드시 다른 팀으로 이적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7승 29패, 리그 내 최하위(10위)로 어려운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규정은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이다. 올시즌 후를 생각하기보다는 매순간 더 최선을 다해 승리하는 것에만 집중하겠다.”

이승준은 “내겐 선택권이 없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승준은 “최근 전태풍의 ‘혼혈 선수에 대한 차별 아니냐’라는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그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며 답변을 끊었다.

이승준은 “내겐 팀을 선택할 권리가 없기 때문에 어느 팀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없다”며 “나중에 가게 되는 팀이 내 운명이라고 생각하겠다”고 시무룩하게 말했다. 이승준은 김승현이 “사실대로 얘기해. 삼성에 있고 싶다고!”라는 농담을 던지자 다시 얼굴을 펴고 대답을 이어갔다.

“3년 동안 이 팀에서 뛰었다. 농구 이외의 생활들도 삼성에 적응되어있는데, 또다시 새로운 시작을 하기보다는 계속 이 팀에서 뛰고 싶다. 선수는 물론이고 팬들이나 시청자들도 그걸 더 좋아할 거라고 생각한다. 또 개인적으로도 내겐 파란색이 잘 어울린다.”

이승준은 과거 에릭 산드린이던 시절 모비스에서 대체 외국인 선수로 뛴 적이 있다. 모비스 시절은 ‘발목 수술 사실을 숨겼다’, ‘경기를 열심히 뛰지 않는다’ 등의 의혹에 시달리는 등 이승준에게 있어 잊고 싶은 기억이다. 경기 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요즘 이승준은 그 때랑 똑같다. 수비를 안 한다. 대표팀에서는 이러지 않았다”고 혹평하면서 “만일 우리 팀으로 오게 된다면 공격보다는 높이와 블록슛 등 수비에서 제 몫을 해줘야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승준은 “유재학 감독님은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함께 뛰면서 참 훌륭한 감독님이라고 느꼈다”며 “꼭 모비스가 아니더라도, 나를 불러만 준다면 어느 팀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이승준은 “어차피 가고 싶은 팀으로 가는 게 아니니까”라는 말을 반복했다.

잠실체육관 l 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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