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전훈장서 생긴일] ‘한자 까막눈’ 용병 호세, 여탕 습격사건

입력 2012-01-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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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검문 반발 해태 선수들 전훈 거부 소동이대수 보물찾기중 전구 만졌다 감전 ‘아찔’
프로스포츠 구단이라면 해외 전지훈련은 필수 코스다. 전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원하기 때문이다. 또 외국에 나가면 시설이나 평가전을 치를 수 있는 조건면에서 국내보다 월등하다. 한국에서 훈련을 진행하면 발생할 수 있는 갖은 외부 유혹 혹은 운동 외적인 소모를 극소화한다는 이점도 발생한다. 그러나 건강한 장정들이 낯설고 고독한 환경에서 50여 일 이상 머무는데 수도사들처럼 경건하고 평화로운 수련만 쌓고 있을 리 없다. 시대가 바뀌어 전훈의 풍경은 변화해도 에피소드는 버전을 달리할 뿐 끊이지 않는다.

○전지훈련 에피소드 1: 터질 일이 터졌다

1996년 해태의 하와이 전훈에서 항명 파동이 발생했다. 절대권력을 행사하던 당시 김응룡 감독에게 일부 선수들이 항명한 사건이다. 코칭스태프가 한밤중 불심검문을 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는데 이에 반발한 선수들과 몸싸움까지 벌어진 것이다. 루비콘 강을 건너버린 선수들은 짐을 챙겨 호놀룰루 공항으로 향하는 ‘단체행동’을 불사했다. 전훈이 깨지는 것은 막아야 했던 김 감독은 자율훈련을 수락해 가까스로 사태를 수습했다. 이런 난장판을 겪고도 그해 해태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단조로운 해외전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낙이 하나 있다면 도박이다. 2001년 롯데는 호주 골드코스트에 캠프를 차렸는데 그 시즌부터 전무후무한 4년 연속 꼴찌의 서막을 알렸다. 전훈을 망친 주된 이유는 인근 카지노였다. 연봉을 거의 다 날린 선수도 있었다니 훈련이 잘됐을 리가 없다. 이 와중에 잭팟을 터뜨린 선수도 있었다. 동료들에 따르면 수천만 원대에 이르렀다는데 외화가 통관에 걸릴 것을 염려한 나머지 이 선수는 비행기를 타기 전 후배들에게 돈을 나눠주고, 국내에 도착한 뒤 공항에서 다시 걷어 들이는 기막힌 작전을 동원했다.

○전지훈련 에피소드 2: 우째 이런 일이

돌발사고 중 가장 아찔하고도 유명했던 사건은 2003년 하와이에서 터진 정수근(당시 두산)의 심야 음주폭력 사건이다. 현지 법정까지 선 불상사를 일으켰고, 공무집행 방해에 폭행 혐의로 450달러 벌금형을 받았다. 이 사고 이후 두산은 하와이와의 인연을 끊고, 일본으로 전훈지를 옮겼다.

역시 2003년 하와이에서 삼성 권혁은 휴식일 폭포 관광에 나섰는데 수영을 못했음에도 물속에 뛰어들었다가 2.5m 수심에 잠길 뻔했다. 생사기로에 섰던 권혁을 옷도 벗지 않고 뛰어들어 구해준 것은 현지취재 중이었던 본지 이재국 기자였다.

SK도 2004년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서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SK 손차훈 매니저는 설 명절을 외국에서 보내는 선수들을 위로할 겸 보물찾기 이벤트를 마련했다. 선수들이 눈에 불을 켜고 보물을 찾던 중, 이대수(현 한화)가 숙소 복도에서 불이 나간 전등 하나를 발견했다. 다른 전등은 멀쩡한데 그것만 꺼져있어 ‘틀림없이 전구 속에 보물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 짐작한 이대수는 그 전등을 뒤적거리다 어이없게도 감전이 되고 말았다. 다행히 바로 발견돼 별 탈 없이 회복됐으나 손에 후유증이 남아서 전훈 기간 내내 애를 먹었다.

○전지훈련 에피소드 3: 앗, 나의 실수

롯데 괴짜용병 펠릭스 호세는 1999년 일본 가고시마에서 전훈 첫날, 훈련을 마친 뒤 사우나로 향했다, 그러나 한자 ‘女’자와 ‘男’자를 구별하지 못해 여탕 문을 밀고 들어갔고, 곧바로 난리가 벌어졌다. 어지간한 호세조차도 얼굴에 불이 날만큼 기막힌 사건이었다.

골프에 얽힌 일화도 있다. 해태가 하와이의 알라와이 구장에서 훈련하던 때였는데 골프 연습타구가 구장 밖 길을 지나가던 현지 할머니를 맞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피해자인 할머니가 화가 많이 난 상태라 합의가 굉장히 힘들어 보였다. 그런데 뒤늦게 가해자(?)가 한국 프로야구 팀이었다는 사실을 듣고 할머니의 태도가 돌변했는데 남편이 한국전쟁 참전 용사였던 인연 덕분이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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