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훈 선수들 감사 연하장] 오승환 “강감독님, 장거리 세배 받으세요”

입력 2012-01-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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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오승환, 롯데 강민호, SK 김광현, LG 박현준, 한화 류현진, 넥센 강정호, KIA 윤석민, 두산 김현수(왼쪽부터) 등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스타들이 한복을 차려입고 세배하고 있다. 매년 설날 이들은 해외전지훈련으로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한다. 대신 스포츠동아의 지면을 통해 은사와 부모님, 가족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사진제공 | 한국야구위원회

부상 유망주 데려가 재기시켜…“인생의 은인”
김현수·류현진 등 막내들 “부모님은 나의 힘”
예로부터 설날의 아침은 웃어른을 찾아뵙고, 세배를 올리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곱게 차려입은 설빔. 그 정갈한 몸과 마음으로 감사와 존경을 표현하고 건강을 기원할 때, 어른들은 덕담으로 화답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하지만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이런 설의 풍경은 낯설기만 하다. 설이 마침 한 시즌의 씨앗을 뿌리는 스프링캠프 기간과 겹치기 때문이다. 설빔 대신 새로 지급된 유니폼을 입고 구슬땀을 흘릴 뿐이다. 그러나 마음만은 자신을 아껴준 분들에게 닿아있게 마련이다.

각 구단을 대표하는 선수들에게 ‘만약 설에 한국에 있었다면, 꼭 찾아뵙고 세배를 올리고 싶은 분’을 물었다. 삶의 분신과도 같은 부모님부터,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준 은사님까지…. 선수들은 머나 먼 타국 땅에서 두 손을 곱게 모아 새해의 큰절을 올렸다.○‘구원왕’ 오승환, 자신을 구원한 은사께 세배

괌에서 전지훈련 중인 오승환(30·삼성)은 은사들의 얼굴을 먼저 떠올렸다. “저를 단국대로 스카우트 해주신 강문길 전 단국대 감독님께 너무 감사드려요. 꼭 찾아뵙고 인사드려야 하는데….” 오승환은 이미 한서고 1학년 때 시속140km를 웃도는 강속구를 던지며 주목 받았다. 하지만 팔꿈치 부상이 유망주의 꿈을 가로막았다. 경기고로 전학한 이후 야수에 전념했지만 크게 빛을 내지 못했다. 결국 고교졸업 후 명문대학과 프로구단은 그를 외면했다. 이 때 ‘미래의 구원왕’을 ‘구원’한 이가 바로 강문길 감독이다. 강 감독은 오승환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고, 오승환은 강 감독의 지도 하에 투수로 부활할 수 있었다. “저도 무뚝뚝하지만, 감독님도 말수가 적으세요. 제가 찾아뵈어도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가지는 않아요. 그래도 마음과 마음으로 통하는 분이니까…. 현재 단국대에 계시는 김경호 감독님, 김유진 코치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김현수, 류현진, 강정호 ‘막내들이 부모님께 세배’


미국 애리조나에서는 두산, 한화, 넥센 등 5개 팀의 스프링캠프가 한창이다. 이들 구단의 대표선수들은 한결같이 “부모님께 세배를 올리고 싶다”고 했다.

김현수(24·두산)는 바로 위의 형과 여덟 살차가 나는 늦둥이다. 명절이면 재롱둥이(?) 막내 역할을 해야 하지만, 언감생심. “고등학교 때도 겨울이면 전지훈련을 갔으니, 설을 가족과 못보낸 지는 10년 쯤 된 것 같아요. 아버지·어머니, 늦둥이 낳고 이렇게까지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히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올시즌 전 경기에 나가서 팀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류현진(25·한화) 역시 집안의 막내다. 위로는 형이 한 명 있다. 큰 덩치에, 괴물이라는 별명과도 다소 걸맞지 않지만(?) 류현진도 아버지·어머니 앞에서는 귀염둥이가 된다. “항상 설을 함께 하지 못해 죄송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새해에는 꼭 효자 노릇하겠습니다.”

강정호(25·넥센)도 위로 누나가 한 명 있는 막내다. “항상 명절을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해서 마음의 짐이 있었는데 이런 기회가 있어서 좋네요. 아버지·어머니 지난 한 해 부진한 모습 보여 드려서, 그리고 골든글러브 못 타서 정말 죄송해요. 지금 칼을 갈면서 열심히 운동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꼭 골든글러브를 안겨드릴게요. 항상 건강하세요.”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a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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