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1 사커토크] 구자철 “감독님 덕에 독일서 밥값, 하하”

입력 2012-05-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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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박경훈 감독(오른쪽)과 구자철이 서귀포 제주클럽하우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귀포|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옛 스승과 제자’ 박경훈 감독-구자철

제주 유나이티드 박경훈(51) 감독과 2011∼2012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에서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된 뒤 ‘임대신화’를 쓴 구자철(23)이 13일 서귀포에 위치한 제주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한 때 한솥밥을 먹으며 제주의 성공신화를 썼다. 구자철은 2007년부터 4시즌 동안 제주에서 뛰었다. 자신을 스타로 키워준 스승의 칭찬이 몹시도 그리웠던 제자, 최고의 위치에서 떠난 제자를 한순간도 잊지 않았다는 스승. 그래서 이번 사커토크는 인간미가 물씬 풍겼다.


제주서의 가르침 獨무대 활약 큰 도움
“하지만, 감독님 격려 여전히 그리워요”

박경훈감독 “1년만 더 붙잡고 싶었지만…
장점 살려 독일서 성공시대 너무 기뻐”



○시련과 성공

박경훈 감독(이하 박) : 널 떠나보내야 했을 때 정말 힘들었지. 아니, 덕담부터 해줘야 할텐데. 무엇보다 어려움과 역경을 잘 이겨내서 너무 고맙다. 임대로 떠난 팀에서 훌륭히 성장해서 돌아왔으니 정말 장하다. 선생님이 가장 행복한 순간은 역시 제자의 성공한 모습을 보는 게 아닐까.


구자철(이하 구) : 아녜요. 제가 이렇게 잘 된 건 다 감독님 덕분이죠. 전 사실 제주가 왜 잘 될 수밖에 없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잖아요. 제주에서 4년 간 머물면서 의미 있고, 뜻 깊게 보냈어요. 절 성장시켜 주신 분을 어떻게 잊겠어요.


박 : 자철이 네가 잘한 거야. 자신감도 회복했고, 본인 능력도 인정받았으니 날개도 달았겠다, 이젠 정말 최고의 선수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야.


구 :
제가 없어도 우리 팀은 잘 나가는데요, 뭘. 그냥 항상 제주가 이겼으면 하죠. 감독님이 이곳에 계신 한 감독님을 최대한 자주 찾아뵐게요.


○카톡으로 대화하는 스승과 제자


구 : 참, 카카오톡 답문 좀 자주 보내주셔요. 항상 그리워요.


박 : 그래. 사실 난 카톡에 ‘구자봉’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친구가 등록돼 말을 거는데 정말 몰랐어. 누구인지도 모르잖아. ‘이게 누구지?’란 생각부터 했어. 나도 꽤 나이가 많단다. 아무래도 기계를 다루는 게 익숙할 수 없지. 아마 일찍 자철이 인줄 알았다면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을 텐데.


구 : 경기 전에는 항상 격려해 주시고, 경기 후에는 칭찬해 주시고,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


박 : 난 아직 휴대폰 조작하는 습관이 안 들어서 정말 어렵더라고. 문자 보내면 의사가 잘 전달이 안 이뤄지는 것 같고, 답답하고. 손가락 능력이 떨어져서 카톡이 느리더라고. 그래도 젊은 친구들이 카톡을 많이 하고 있고, 자철이랑 대화하려면 카톡 놀림이 빨라져야겠네.


구 : 다른 친구들에게도 (카톡) 자주 해주세요?


박 : 주로 내 곁을 떠난 친구들에게 가끔 하는 편이야. (박)현범이도 그렇고. 우리 팀 친구들에게는 오히려 잘 안 하고 있어. 또 잔소리 같잖아.


○서로의 빈 자리


박 : 네가 빠졌을 때 좋은 팀으로 보내줘야 한다는 생각은 항상 했지. 빅 리그에서 꾸준히 좋은 소식을 전해주니 너무 기뻤지. 그래도 작년에 자철이가 떠나고 현범이까지 죄다 빠져버리니까 그리웠지. 딱 일년만 더 뛰어줬으면 했는데. 그렇다고 뛰어달라고 할 수도 없고. 그래도 어떡해? 아쉬움으로 끝내야지.


구 : 제 생각에 떠날 순간이 도전이 필요한 시기였어요. 감독님이 오시며 K리그 준우승도 해보고, 잘 했잖아요. 물론 독일에 처음 갔을 때 정말 제주가 그리웠죠. 지금도 크게 변함없고요. 하지만 제주에 대해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아요. 그럴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잘 하고 있으니까요.


박 : 내가 원하는 축구가 볼 소유를 많이 하고, 빠르게 전개한 뒤 확실한 피니시를 하는 걸 즐기는데, 자철이가 있을 때는 바로 그게 가능했어. 중간에서 볼 소유를 해주고, 좋은 패스를 연결하고. 간혹 득점도 직접 해주고.


구 : 항상 칭찬이 그리웠어요. 볼프스부르크에서는 칭찬을 들은 적이 없으니까요. 독일에 진출했을 때, 따스한 격려와 사랑이 고팠어요.


○공격수 구자철을 논하다



박 : 포지션이 정말 다양하더구나. 볼프스부르크와 아우크스부르크를 오가며 측면 날개에, 수비형 미드필더, 섀도 스트라이커와 사이드 백까지 못하는 게 없잖아.


구 : 감독님께 배운 걸 열심히 써먹고 있어요. 아직도 공부하는 과정이지만. 저 잘할 수 있어요. 어느 포지션을 맡겨도 믿음이 가는 선수가 되려고요.


박 : 그래 못할 건 없어. 요즘은 공격수도 잘 하고 있잖아. 현대 축구에서 성공하려면 멀티 자원이 돼야지. 능력도 되니까 걱정하지 말고. 공격수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작년 카타르 아시안컵 때 득점왕을 하는 널 보고 어찌나 놀랐던지.


구 : 감사합니다. 공격수 도전이 현재진행형 임에도 역시 칭찬해주시니 기뻐요. 상대를 이용하고, 동료들을 활용하는 플레이를 좋아하는데요, 여기다 드리블 돌파나 스피드 등 부족한 것을 채워나가면 잘할 수 있을 거예요. 기대해 주세요.

서귀포|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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