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의 투수교체, 코치도 모른다고?

입력 2012-05-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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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감독. 스포츠동아DB

‘투수교체 달인’ 선동열 감독의 원칙

성공해야 본전…결과는 감독의 책임
직접 공 받는 포수 의견만 참고할 뿐
제구력·팔동작 변화 등 꼼꼼히 체크
야박할 정도 빠른 판단 때 좋은 결과


야구는 실패의 종목이다. 3할 타자도 열에 일곱은 실패한다. 에이스 투수도 9이닝에 2점은 잃는다. 야구만큼 관중과 팬이 실패에 익숙한 종목도 드물다. 그러나 감독의 투수교체 실패에는 팬들의 관용이 없다. 감독은 꼼꼼하게 파헤친 전력분석 자료, 수십 년간 쌓인 경험에 근거한 감각을 총동원해 투수교체시기를 정한다. 팬들은 오늘 경기를 먼저 생각하지만 감독은 내일, 그리고 시즌 전체를 고려해야 한다. KIA 선동열 감독(사진)은 가장 투수교체를 잘 하는 현역 사령탑으로 꼽힌다. 스스로 “감독의 역할 중에서 투수교체가 가장 힘들고 어렵다”고 자세를 낮췄지만 확고한 자신만의 기준, 그리고 수많은 부분을 종합해 결정하는 원칙이 숨어 있었다.


○포수 이외에는 누구에게도 묻지 않는다!

선동열 감독은 사령탑이 되기 전부터 각종 국제대회에서 적절한 투수교체로 이미 명성을 얻었다. 뛰어난 투수운용으로 삼성 시절 2차례나 팀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선수시절 ‘국보급 투수’로 불렸지만 감각에만 의존한 투수교체는 없었다. 선 감독은 30일 “투수교체를 망설일 때 마운드 위에 있는 투수에게 물어보면 거의 100% ‘더 던질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절대 물어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투수코치와는 상의를 할까. 선 감독은 역시 “아니다. 경기 중에는 물어보지 않는다. 직접 공을 받는 포수의 의견을 참고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선 감독은 경기 전 투수코치와 각 선수의 상태와 특성에 대해 충분히 상의한다.


○제구·팔 동작까지 모두 판단요소

투수교체는 결과론으로 평가 받는다. 바뀐 투수가 잘 막으면 다행이고, 반대일 경우에는 “왜 바꿨냐?”, “왜 아무개를 쓰지 않았느냐?” 등의 온갖 비난이 쏟아진다. 선동열 감독은 “투수교체는 결과론으로 평가돼 어렵다. 성공하면 본전이다. 그래서 감독이 모두 책임져야 한다. 나는 투구수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제구력과 팔 동작의 변화를 살피고 스트라이크와 볼의 차이가 얼마만큼 달라졌나, 높낮이의 차이 등 공의 변화를 보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가장 어렵다는 투수교체, 그 중에서도 선 감독은 “1점차로 지고 있을 때 어떤 선수로 바꿔야 할지 결정하기가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나는 모든 상황에서 투수들이 느끼기에 야박할 정도로 교체가 빠른 편이다. 빨리 판단했을 때 좋은 결과가 더 많았다”고 강조했다.

잠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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