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총리, 축구 보러 폴란드行… 뿔난 국민들 “돌아오지 마라” 분통

입력 2012-06-12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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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조건없는 지원은 특혜”… 아일랜드-그리스 불만 표출
유로존 국가 중 가장 높은 실업률(24.3%)로 신음하고 있는 스페인 국민이 정부의 구제금융 신청에 분노하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와 시민은 축구 ‘유로 2012’ 조 예선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첫 경기를 보러 10일 폴란드로 떠난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를 향해 “국가가 위기인데 총리가 축구 관람을 하러 외국까지 갈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라호이 총리는 폴란드로 떠나기 전 기자회견에서 “유로존의 스페인 금융 지원으로 유로의 신뢰성이 승리를 거뒀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그동안 신중하게 재정정책을 펴 구제금융을 받지 않아도 됐다. 구제금융을 받으면 유럽연합(EU)에 완전히 항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시민단체 ‘진정한 민주주의’(RDM)는 “총리는 돌아올 필요없다. 그냥 폴란드에서 살아라”고 말했다. ‘#DonotcomebackRajoy’(라호이는 돌아오지 마라)와 ‘#Rajoycobarde’(겁쟁이 라호이·구제금융 신청 발표를 전날 재무장관에게 미룬 것을 의미) 등이 최고의 인기 트윗 문구로 떠올랐다.

스페인과 달리 구제금융 대가로 가혹한 긴축을 요구받은 나라들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왔다. 스페인의 ‘대마불사(大馬不死)’, 벼랑 끝 전술에 EU가 조건 없이 거액을 지원키로 한 것은 특혜라는 것이다.

엔다 케니 아일랜드 총리는 “(스페인처럼) 모든 유로존 회원국에도 같은 행동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일랜드 야당은 “정부가 더 좋은 조건을 얻기 위한 협상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17일 총선을 치르는 그리스의 에방겔로스 베니젤로스 사회당 대표는 “구제금융 협정의 독소조항을 재협상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책임을 공유하는 정부가 구성돼야 한다”며 거국내각 구성을 정치권에 제안했다.

이에 대해 올리 렌 EU 경제·통화담당 집행위원은 10일 “스페인 지원은 조건이 없는 게 아니다”라면서 “은행 금융 분야에 새로운 조치가 부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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