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함성 잃은 극적 동점골 재미도, 감동도 없었다

입력 2012-06-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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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무관중경기 가보니…

선제골과 종료직전 터진 극적인 동점골에도 환호성은 없었다.

인천과 포항이 맞붙은 1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K리그 사상 첫 무관중 경기가 열렸다. 경기장은 정적 그 자체였다. 경기장 밖에서 응원을 펼치는 20∼30여명의 서포터 함성이 들려왔지만, 그라운드는 조용했다. 선수들의 고함이 선명히 들렸다. 연맹과 구단 관계자 및 취재진만이 정적이 감도는 현장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해 그라운드를 지켜봤다.

준비는 여느 K리그 경기와 다를 바 없었다. LED보드와 전광판은 모두 정상 운영됐다. 소형 전광판은 무관중 경기를 알렸고, 실시간 영상을 내보내는 대형 전광판은 두 팀의 엠블렘이 차지하고 있었다. 인천 관계자는 “실시간 중계를 볼 수 있는 장외에서 팬들의 충돌 우려가 있다. 사고를 대비해 영상은 틀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철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무관중 경기를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렸고, 출입구마다 ‘금일 경기는 입장이 불가하다’는 공고문이 붙었다. 시즌권을 소지한 한 축구팬은 이 사실을 모르고 경기장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인천 구단은 3월24일 K리그 4라운드 대전 경기에서 폭력 사태를 예방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제3지역 홈경기 개최’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재심에서 무관중 경기가 결정됐다. 철저하게 통제된 경기장은 흡사 정부가 보안을 위해 모든 것을 차단한 시설물 같았다. 무관중 경기를 통해 팬들과 유리된 그라운드가 얼마나 공허한지 느꼈다. 구단과 축구팬들의 성숙한 문화가 요구된다.

인천|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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