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의 Let’s Go Baseball] 이종범 “뭐 SNS? 휴대폰 압수!”

입력 2012-07-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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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인한 잡음이 잦다. 여러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선수가 개인공간에서라고 생각하고 쓴 글과 말의 파급력은 상상 이상이기 때문이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얘기는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것일까. 사진은 많은 팔로워를 몰고 다니는 양준혁 SBS 해설위원이 핸드폰을 이용해 트위터 중계를 하는 모습. 스포츠동아DB

스마트폰과 SNS가 선수들에 끼치는 폐해

요즘 선수들 틈만나면 오락·SNS 몰입
보다못한 이종범, 후배들 폰 압수하기도

무심코 쓴 글 하나에 징계도 ‘비일비재’
메이저리그에선 선수들 계정 모니터링


메이저리그의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와 관련된 일화다.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공을 치는 능력이 누구보다도 뛰어났던 윌리엄스는 자신의 빼어난 눈(스포츠 비전)이 타격의 비법이라고 생각했다. 시력을 보호하기 위해 신문은 물론이고 당시 유행하던 영화도 보지 않았다.

올해 은퇴한 이종범(전 KIA)이 최근 털어놓은 이야기다. 지난해 후배 선수들의 스마트폰을 압수한 사연이었다. 야간경기를 마치고 버스로 이동하던 도중 어린 선수들이 스마트폰으로 SNS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다 못해 26세 이하 선수의 휴대전화를 모조리 압수했다. 물론 버스에서 내린 뒤 돌려줬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쉬는 시간 선수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통제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종범은 원정 숙소에서 후배들의 컴퓨터 사용을 막은 적도 있었다.

예전 선수들은 쉬는 시간 술을 마시거나 함께 모여 놀았다. 요즘 선수들은 혼자 방에서 컴퓨터로 오락을 하거나 드라마를 본다. 개인의 취미생활이고, 쉬는 시간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코칭스태프가 뭐라 얘기할 성질은 아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코칭스태프의 눈길은 부정적이다. 밤새도록 게임을 하면서 잠을 설치는 것도, 선수들끼리 어울리지 않고 개인플레이에만 집중하는 것도 팀에 좋은 일은 아니다.


○트위터, 미니 홈페이지 때문에 징계 받은 선수

일본에선 트위터 때문에 징계 받은 선수가 나왔다. 조기강판 당한 외국인투수가 경기가 끝나기도 전 트위터에 글을 올린 것이 문제가 됐다. 용병이었기에 그나마 다행이었다. 일본선수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자신의 임무를 다하지 못한 선수는 반성하는 얼굴로 덕아웃에서 동료들을 응원해야 한다고만 배워왔기 때문이다.

우리 선수들도 비슷한 일로 곤욕을 치른 기억이 생생하다. 이형종(전 LG)은 미니 홈페이지에 감독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화를 불렀다. LG 봉중근도 2군행 뒤 아내가 쓴 글 때문에 문제가 됐다. 가장 최근 사례는 두산 고창성이다. 두산 김현수와 KIA 나지완의 감정싸움이 뜨겁던 와중에 무슨 생각에서인지 미묘한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꺼져가던 불에 기름을 끼얹었다. 결국 2군으로 내려갔다.

이 같은 일은 아날로그 시대였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모인 집단에서 주전자리는 한정돼 있다. 그에 따라 돈과 명예도 달라진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감독이나 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불만은 어디서나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지만 예전에는 찻잔속의 태풍으로 끝났다. 선수 본인이 제 아무리 억울해도 다른 이에게 알릴 수단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선수가 쓴 미니 홈페이지의 글 또는 단문 메시지 하나가 인터넷을 거치면서 확대 재생산된다. 은밀할 것으로 믿지만 결코 그런 공간이 아닌 SNS에서 선수가 쓴 글과 말의 파급력은 상상 이상이다. 게다가 상당수 선수들은 말을 가려서 하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해결책은 없나?

이종범의 행동은 선배였기에 가능했다. 만일 코칭스태프나 구단이 스마트폰을 빼앗고, 컴퓨터를 압수했다면 크게 반발했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보다 먼저 호된 경험을 한 메이저리그의 사례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 메이저리그는 스프링캠프가 끝나면 선수들의 SNS 계정을 자발적으로 제출받아 사전 모니터링을 한다. 유망주는 물론 중남미 출신 선수, 특히 미성년자에게는 더욱 철저한 교육을 한다. 생각 없이 범죄행위 사진을 트위터에 올려 해고당한 선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슈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는 자신을 고용한 유망주의 SNS 활동을 금지시켰다. 욕을 먹겠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물론 사전 교육이 문제를 모두 해결해주진 못한다. 아무리 열심히 알려줘도 듣지 않는 선수가 있다. 안타깝게도 그런 선수에게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우리에게도 준비가 필요하다. SNS 때문에 귀한 유망주가 야구를 포기하는 비극이 벌어지기 전에 예방이 먼저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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