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희 기자의 런던 리포트] “쑨양 우세? 싸움닭 박태환 맞짱 불패!”

입력 2012-07-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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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스포츠동아DB

한·중 수영 라이벌 격돌 의미와 전망

박태환 기록 뒤져도 맞대결선 항상 압도
400m 2연패 넘어 내친김에 다관왕 야심


둘다 몸상태 절정…亞 빅매치 세계 주목

올림픽 역사상 2번째로 남자 자유형 200·400·1500m 동시 메달을 노리는 한국과 중국의 두 수영 영웅이 첫 판부터 최대격전지인 400m에서 제대로 맞붙는다. ‘마린보이’ 박태환(23·SK텔레콤)은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해 ‘전설’ 이언 소프(호주)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각오다. ‘쑨양(21·중국) 우세’라는 외신들의 예상 속에서도 박태환 진영은 특유의 싸움닭 기질에 기대를 건다. 두 선수는 28일(현지시간) 런던 올림픽파크 내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리는 2012런던올림픽 400m에 나란히 출전한다. 대회 2연패를 노리는 박태환은 예선 4개조 중 3조 4번 레인을 배정받았다. 쑨양은 4조 4번 레인에서 예선을 치른다. 세계기록(3분40초07) 보유자 파울 비더만(독일)은 2조 4번 레인이다.


○쑨양 우세? ‘싸움닭’은 붙여놓으면 이긴다!

현재 외신과 베팅업체들은 압도적으로 쑨양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이유는 개인최고기록과 시즌최고기록에서 쑨양이 앞서기 때문이다. 박태환의 400m 개인최고기록은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세운 3분41초53. 반면 아시아기록은 쑨양의 3분40초29다. 시즌최고기록 역시 쑨양(3분42초31)이 박태환(3분44초22)보다 한수 위다. 그러나 박태환은 맞대결에서 강하다. 박태환은 광저우아시안게임과 2011상하이세계선수권 400m 결선에서 모두 쑨양을 제쳤다. 수영인들의 표현대로 “박태환은 붙여놓으면 이기는 스타일”이다. 전담코치 마이클 볼(호주)도 이 점에 주목하고, 박태환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




○구간 기록은 주문, 순간적 레이스 운영은 일임

박태환은 수영기술뿐 아니라, 천부적 레이스 운영과 싸움닭 기질까지도 세계 최고다. 전담팀 관계자는 “볼 코치가 박태환에게 100m 구간별 기록은 미리 주겠지만, 전반적인 레이스 운영은 박태환에게 맡길 것이다. 볼 코치는 예선전을 보면, 경쟁자들의 몸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구체적인 작전은 예선이 끝난 뒤 박태환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볼 코치는 상하이세계선수권 400m 결선 당시 100m 구간별로 53, 55, 55, 54초대 기록을 주문했다. 최소한 3분40초대 기록을 염두에 둔 것이다. 개인최고기록은 물론 세계기록까지도 도전할 수 있는 페이스였다. 실제로 박태환의 350m까지 기록(3분14초39)은 비더만의 세계기록 페이스(3분14초48)보다 0.09초 빨랐다. 28일 볼 코치가 부여할 구간별 기록은 상하이세계선수권 때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중한 성격의 볼 코치지만, 이미 런던 입성 이후 세계기록 경신의 유력후보로 “박태환”의 이름을 언급했다.


○둘다 몸 상태 최고…세계 수영계 시선 쏠린다!

둘의 대결은 세계수영인들의 관심사다. 특히 자유형 400m에서 줄곧 변방에 머물다 2007멜버른세계선수권에서 박태환의 우승 이후 전면으로 떠오른 아시아의 눈길이 쏠린다. 광저우아시안게임과 상하이세계선수권부터 둘의 승부를 취재한 일본 교토통신 수영담당 다이스케 하세가와 기자는 “아시아의 빅매치”라며 기대감을 표현했다. 28일에는 승자가 누가 되든 명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26일 쑨양의 훈련을 지켜본 수영관계자는 “어깨와 코어근육(복부·척추·골반 부위의 근육으로 인체의 모든 힘이 발생하는 곳)이 상하이세계선수권 때보다 더 발달했다. 코어근육은 단기간 내 키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꾸준히 훈련을 잘 진행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태환 역시 상하이세계선수권보다 근력이 5∼7% 향상돼, 최고의 몸 상태다.


○400m 2연패, 200·400·1500m 동시 메달로 ‘전설’에 도전

자유형 200·400·1500m는 단거리·중거리·장거리의 속성을 지닌다. 에너지 시스템이 달라 중복 출전하는 경우는 드물다. 보통 이언 소프(2000시드니올림픽·2004아테네올림픽 자유형 400m 2연패) 같은 200·400m선수와, 그랜트 해켓(이상 호주·시드니올림픽·아테네올림픽 자유형 1500m 2연패) 같은 400·1500m 선수로 나뉘는 이유다. 역대 단일 올림픽 자유형 200·400·1500m에서 모두 메달을 딴 선수는 다니엘 코왈스키(호주)뿐이다. 코왈스키는 1996애틀랜타올림픽에서 자유형 200·400m 동메달, 1500m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장거리의 전설’ 그랜트 해켓 역시 시드니올림픽에서 3종목에 모두 출전했지만, 200·400m에선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박태환은 200·400m, 쑨양은 400·1500m에 방점을 찍는 선수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둘은 3종목에 모두 출전신청을 냈다. 400m는 3연전의 첫 경기임과 동시에 최대격전지다. 코왈스키에 이어 역대 2번째로 올림픽 200·400·1500m 동시 메달을 노리는 두 선수의 자존심 대결은 어떻게 결말을 맺을까. 만약 박태환이 자유형 400m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다면 ‘세계 수영의 전설’ 소프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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