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데이비드 라이트 “WBC 한국전 기대된다”

입력 2012-09-07 09: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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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라이트(뉴욕 메츠). 동아닷컴DB

[동아닷컴]

뉴욕 메츠 3루수 데이비드 라이트(30)의 인기는 어느 정도일까?

‘양키스에 데릭 지터가 있다면 우리에겐 라이트가 있다’고 말할 정도로 메츠 팬들에게 라이트의 인기와 존재감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이상이다.

지난 2001년 메츠에 지명돼 프로에 입단한 라이트는 단 3년 만인 2004년 7월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그리고 줄곧 메츠에서만 뛴 프랜차이즈 스타이기도 하다.

라이트의 야구 실력은 그의 수상기록만 봐도 단 번에 알 수 있다.

‘올스타(6회)’, ‘골드 글러브(2회)’, ‘실버슬러거 상(2회)’, ’30-30 클럽’, ‘2004년 신인상’, ‘내셔널리그 이달의 선수(3회)’, ‘올스타전 홈런더비 참가’.

라이트는 또 메츠 구단 통산 최다 타점 뿐만 아니라 최다 2루타와 최다 득점 기록도 보유하고 있을 만큼 메츠에 없어서는 안될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선수로 자리매김 했다.

라이트는 팬들과 언론에 매우 친화적인 선수로도 유명하다. 그는 더 많은 팬들을 만나 그들의 성원에 감사하고 한 번이라도 더 언론 인터뷰에 응하기 위해 항상 야구장에 일찍 나온다고 한다. 동아닷컴 취재진이 라이트를 인터뷰 하던 날도 그는 메츠 선수 가운데 세 번째로 클럽하우스에 도착했다.

라이트는 지난 2005년 자신의 이름을 딴 ‘데이비드 라이트 재단’을 설립해 다발성 경화증 환자의 치료 개발을 돕는 자선 활동도 꾸준히 펼치고 있다. 그는 또 2006년 메츠와 재계약 하며 자신의 연봉 총액 중 약 170억 원 가량을 메츠 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스폰서십 계약을 통해 취득한 ‘비타민 음료’ 주식(0.5%)이 2007년 코카콜라에 매각되면서 약 2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얻기도.

동아닷컴은 국내 언론 최초로 라이트를 미국 현지에서 만나 그의 성공 비결 등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데이비드 라이트(뉴욕 메츠). 동아닷컴DB


다음은 라이트와의 일문일답.

-만나서 반갑다. 최근 몸 상태는 어떤가?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크게 나쁘지도 않다. 괜찮은 편이다.”

-올 시즌 역시 3할대 타율과 두 자리수 홈런 등 성적이 좋다. 비결이 있다면?

“(웃으며) 잘할 수 있는 비결이 있다면 나도 알고 싶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일단 시즌이 시작되면 타격 폼을 수정하지 않고 꾸준히 밀고 가는 편이다. 7월에 잠시 슬럼프를 겪기도 했지만 타격 폼 수정이나 기타 다른 시도 등은 오프시즌 때 한다. 그때 찾은 내게 맞는 편안한 스윙 등은 시즌이 시작되면 거의 바꾸지 않는다. 그런 꾸준함과 일관성 등이 매년 좋은 성적을 내는데 도움이 되지 않나 싶다.”

-7월에 슬럼프였는데 생각보다 빨리 극복했다.

“인생에 기쁜 날이 있으면 슬픈 날도 있듯 야구 역시 마찬가지다. 야구 선수라면 누구든지 매년 4할대의 타율을 기록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만큼 야구가 어렵고 슬럼프도 야구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슬럼프에 빠졌을 때 그것을 극복하는 것도 선수의 몫이자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2007년 ‘30(홈런)-30(도루)’을 달성했다. 올 해도 가능할까?

“(웃으며) 나도 매년 30-30을 기록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도루하는 것도 좋아한다. 도전은 해보겠지만 이루지 못한다고 실망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물론 달성한다면 기분은 매우 좋을 것 같다. 하하”

-올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

“매년 타율 얼마에 타점이나 홈런 몇 개 이상을 기록하겠다는 수치상의 목표를 정하는 선수도 있는데 내가 볼 때 그런 수치상의 목표는 불가능한 것이라고 본다. 나의 목표는 매 경기, 매 타석마다 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뿐이다.”

-2004년 메이저리그 데뷔 후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비결이 무엇인가?

“우선 3루수라는 포지션이 나와 잘 맞았다. 내가 남보다 잘할 수 있는 자리에서 편안하게 야구를 하다 보니 타격도 잘된 것 같다. 아울러 메츠 구단의 선수 육성 시스템도 좋았고 빅리그에 막 올라왔을 때 마이크 피아자나 존 프랑코 같은 선배들의 자기 관리나 경기운영 능력 등 야구 전반에 관해 배운 지식들도 큰 도움이 됐다.”

-2005년부터 매년 3할 타율을 기록하다 2010년과 2011년에는 3할대 밑으로 떨어졌다.

“작년에는 부상 때문에 성적이 저조했다. 야구를 시작한 후 두 달씩이나 부상자명단에 오르긴 처음이었다. 부상이 아니었더라도 매년 야구를 잘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야구는 힘든 운동이다. 야구가 잘될 때는 너무 쉽지만 안되기 시작하면 정말 어려운 게 또 야구일 만큼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낸다는 것은 정말 힘들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메츠의 새 구장인 시티필드가 개장한 뒤 당신과 팀 성적 모두 안 좋았다. 새 구장의 영향이 있었다고 보나?

“어느 정도는 있었다고 본다. 특히 외야 펜스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홈런 수가 줄어드는 등 공격력에서 손해를 본 건 사실이다. 하지만 펜스 거리를 조정하고 난 후 부터는 별 문제 없었다. 이제는 시간이 흘러 나 뿐만 아니라 팀원 모두 다 적응했다.”

-2004년부터 매년 두 자리수 이상의 홈런을 기록 중이며 도루 역시 데뷔하던 해만 제외하곤 매년 두 자리수 이상을 달성했다.

“일반적으로 파워가 있는 선수는 스피드가 처지기 마련이지만 나는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고 야구와 관련된 건 뭐든지 다 잘하는 다재다능한 선수가 되고 싶다.”

-메이저리그에서 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당연히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지금까지 다수의 개인타이틀은 획득했지만 아쉽게도 월드시리즈 우승은 경험하지 못했다. 은퇴하기 전에 반드시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고 싶다. 그게 내 장기적인 꿈이자 목표다.”

-야구를 시작하고 가장 행복했던 때를 꼽자면?

“개인적으로는 지난 2004년 7월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을 때가 가장 행복했고 팀으로는 2006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을 때다.”

-그렇다면 반대로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였나?

“작년에 허리부상으로 두 달이나 부상자명단에 올랐을 때 가장 힘들었다.”

-지금까지 많은 투수를 상대해봤다. 가장 껄끄러운 투수를 꼽자면?

“메이저리그 초창기에는 존 스몰츠였다. 최근에는 로이 할러데이가 가장 상대하기 어렵고 껄끄럽다.”

데이비드 라이트(뉴욕 메츠). 동아닷컴DB


-내년 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개최된다. 미국 대표팀에 합류할 것인가?

“물론이다. 지난 번 대회 때도 참가해 개인적으로 매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내년에도 구단의 반대만 없다면 당연히 참가할 것이다. 한국 대표팀은 매우 강하다. 만약 한국과 미국이 만난다면 매우 흥미진진한 경기가 될 것 같다. 한국과의 대결이 기다려진다.”

-내년에 구단 옵션이 있지만 올해로 메츠와의 계약이 끝난다. 또 다시 메츠와 재계약할 계획인가?

“시즌 중이라 재계약과 관련된 이야기는 시즌이 끝난 후에 하고 싶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나는 매우 긍정적인 사람이며 메츠에서 뛰는 동안 내 삶에서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고 말할 수 있다. 메츠는 어린 나를 뽑아줬고 이만큼 성장시켜줬다. 구단에는 단 하나의 불만도 없다.”

-야구 선수들은 저마다 징크스가 있다고 들었다. 라이트 당신도 그런가?

“(손을 저으며) 전혀 없다. 징크스는 미신일 뿐이다. 나는 미신을 믿지 않는다.”

-원정 구장 가운데 어느 곳이 가장 편하고 마음에 드나?

“제일 편한 곳은 역시 홈 구장이다. 원정 경기 때는 다저스 구장과 볼티모어 그리고 워싱턴 구장이 좋다. 볼티모어와 워싱턴이 마음에 드는 이유는 집과 가깝기 때문이다. 하하”

-아직 싱글로 알고 있다. 경기가 없는 날은 주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가?

“주로 휴식을 취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웃으며) 게다가 나이가 들다 보니 피곤이 풀리는데 전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 잠도 많이 잔다. 그 외에는 비디오 게임을 하거나 영화 보기 등을 좋아한다.”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그때도 야구 선수가 될 것인가?

“물론이다. 나는 누구보다 야구를 사랑할 뿐만 아니라 야구 없는 내 삶은 상상도 하기 싫다. 다시 태어나더라도 꼭 야구 선수가 될 것이다.”

-혹시 별명이 있나?

“아직 없다. (웃으며) 좋은 별명을 기다리는 중이다.”

-라이트 당신에게 야구란 어떤 의미인가?

“우선 나는 운이 좋은 편이다. 내가 좋아하는 야구를 할 수 있었고 게다가 메이저리그 선수까지 됐으니 말이다. 특히 야구 선수가 직업이라는 것은 엄청난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야구는 곧 내 삶이자 내 모든 것이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indian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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