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 송은범 5연승…배우 하정우 덕 봤다

입력 2012-09-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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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전 7이닝 1실점…최고 152km 씽씽
하정우처럼 과욕 버리니 공도 마움도 굿
시즌 8승째…“다음엔 완투 해보고 싶다”
가을, 겨울, 봄, 여름. 그리고 1년의 바퀴가 돌아 또 가을바람이 분다. 가을에 강한 비룡의 에이스는 다시 날개를 편다.


○가을=
SK의 가을을 설명하는 단어는 혼(魂)이다. 2009시즌에는 채병용과 윤길현이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마운드에 섰고, 2011시즌에는 송은범(28)이 바통을 넘겨받았다. 송은범은 이미 페넌트레이스 때부터 팔꿈치 통증을 참고 던졌다. 2011년 포스트시즌에서도 3경기에 선발등판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17이닝 동안 단 2실점하며 2승 무패. 방어율은 1.06이었다.


○겨울= 팀을 위한 희생은 결국 몸에 수술 자국을 남기게 만들었다. 지난 연말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수술을 받아야 했다. 운동을 시작하고 몸에 칼을 댄 것은 처음이었다. 전신마취에서 깨어남과 동시에 투혼의 유전자도 다시 눈을 떴다. 그는 “바로 다음 날부터 재활훈련에 들어갔다. 그 이튿날은 주말이었지만 집에서 혼자 운동을 했다”고 말했다.


○봄= 플로리다와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도 재활은 순조로웠다. 오키나와에서는 “캐치볼만 봐도 내 공이 살벌할 테니 잘 지켜보라”며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특유의 너스레는 자신감의 표현처럼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5월 복귀라는 목표는 조금 더 일찍 실현됐다. 송은범은 1군 첫 경기였던 4월 28일 문학 삼성전에서 5이닝 3실점으로 승리를 낚았다. “합류가 늦었던 만큼 더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 첫 승 소감이었다.


○여름= 하지만 과욕이 독이었다. “너무 잘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욕심이 많았고, 그게 다 스트레스가 됐어요.” 7월 한 달 동안 그가 6경기(선발 5경기)에서 승리 없이 1패, 방어율 4.74로 부진할 때, SK의 성적도 동시에 곤두박질쳤다. 8월 2승을 거두며, 부활의 계기를 마련한 그는 9월초 하정우가 출연한 한 TV프로그램을 보고, 생각을 고쳤다. “연기를 너무 잘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그냥 소화해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는 하정우의 말이 가슴 속 깊숙이 와 닿았다.


○또 가을=
마음의 짐을 내려놓자, 공에는 더 힘이 붙었다. 9일 문학 넥센전에서 6.2이닝 1실점, 18일 사직 롯데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승리한데 이어, 23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7이닝 6안타 2삼진 1실점(1자책)으로 호투하며 5연승(시즌8승1패)을 달렸다. 투구수는 95개. 직구 최고구속은 152km까지 나왔다. SK는 최근 9경기에서 8승1패의 상승세로 2위 굳히기에 나섰는데, 이 가운데 3승을 송은범 혼자서 챙겼다.

그는 “예전에는 무사에 주자가 나가면, 꼭 병살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했다. 하지만 지금은 주자를 2루에 보내더라도 타자만 잡으면 된다고 편하게 마음을 먹는다. 다음번에는 완투도 한번 해보고 싶다”며 웃었다.

잠실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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